제44화
박은정 씨, 아마 교수님이랑 같이 다른 프로젝트 진행 중일 거예요. 이 정도 규모의 프로젝트는 굳이 박은정 씨가 나설 필요도 없거든요.”
여자는 그렇게 말한 뒤, 자기소개를 덧붙였다.
그제야 권해솔은 그녀의 이름이 성서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차분하고 단정한 인상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었다.
권해솔은 슬며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때요? 권해솔 씨, 지금 진행 중인 프로젝트 간단히 소개해 줄까요?”
이후 두 사람은 실험실을 함께 둘러보기 시작했다.
익숙한 기계, 익숙한 냄새.
그 모든 것이 마치 대학생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들게 했다.
“지금 우리 프로젝트 인력이 좀 부족해서 앞으로도 계속 사람을 뽑을 생각이에요.”
성서리는 약간 곤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본래 본사에 있다가 얼마 전에 막 이쪽 실험실로 옮겨온 터라 아직 인맥도 없고 쓸 수 있는 인재도 제한적이었다.
“제가 아는 친구 중에 이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이 있어요. 조건이 맞는다면 소개해 드릴게요.”
권해솔이 떠올린 사람은 바로 고민재였다.
둘의 대화는 예상보다 훨씬 잘 이어졌고 그런 두 사람을 문밖에서 조용히 지켜보는 이가 있었다.
바로 강재하였다.
그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실험실 원장까지 직접 출동한 상태였다.
“1년에 한두 번 오실까 말까 한 분인데, 오늘은 어쩐 일이시래?”
원장은 부리나케 모자를 쓰며 조심스럽게 비서에게 물었다.
하지만 누구도 그의 방문 이유를 알지 못했다.
기양도 실험실은 강성 그룹 사옥 바로 옆에 있었지만 대부분의 직원조차 쉽게 지나칠 만큼 존재감이 낮았다.
심지어 배달 기사들조차 이곳을 지나쳐 본사 건물로 바로 들어가 버릴 정도였으니까.
“대표님, 오늘은 어떤 부서의 실험을 보러 오신 건가요? 지금 각 팀 다 순조롭게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원장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프로젝트 현황을 읊기 시작했고 강재하는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모두 그가 실험 내용에 불만이 있는 줄 알았지만 사실 그는 지금 권해솔이 도대체 언제 나올지를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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