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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비록 허재환은 다소 아쉬운 기색을 보였지만 그는 권해솔의 실력을 누구보다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다양한 감정을 담아낼 수 있을 만큼 변화무쌍했다. 감정선이 부족한 부분도 있었지만 감독의 디렉팅만 있다면 충분히 뛰어난 결과물을 낼 수 있었다. 촬영이 끝난 후, 권해솔은 잠시 혼자 생각에 잠겼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안정적이고 생활비도 충분히 벌고 있었지만 저축까지 하려면 이야기가 달랐다. ‘퇴근하고 시간도 남는데... 부업 하나쯤 해볼까?’ 머릿속에는 몇 가지 계획이 자리 잡고 있었지만 막상 바로 실행에 옮기기엔 준비가 부족했다. “8-303호 맞으시죠? 여기에 거주자님 앞으로 온 우편 하나 있습니다.” 아파트 경비원이 권해솔을 알아보고 말을 걸었다. 그녀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여러 번 마주친 덕에 쉽게 기억해 냈다. “혹시 누가 두고 간 건지 아세요?” 권해솔은 봉투를 내려다봤다. 주소 외에는 어떤 단서도 적혀 있지 않았다. “정장 입은 남자였어요. 그 외에는... 잘 기억이 안 나네요. 나이 먹으니까 기억력도 가물가물해서 말이죠.” 경비원은 모자를 벗고 뒤통수를 긁적였고 정수리엔 머리카락도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알겠어요, 감사합니다.” 권해솔은 누가 보냈는지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아 집에 들어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봉투를 열어봤다. 그 순간, 초대장 한 장이 봉투 밖으로 툭 떨어졌다. 권해솔은 본능적으로 강현수 쪽에서 보낸 것이라고 생각했다. ‘진짜 구역질 나게 하네.’ 그녀는 그대로 쓰레기통에 던지려다 초대장 하단의 발신인 이름을 보고 손을 멈췄다. ‘강석호.’ 그 청첩장은 다름 아닌 도지회의 생일 연회 초대장이었다. 권해솔은 가고 싶지 않았지만 초대자가 강석호라면 얘기가 달랐다. 다만 그 두 사람을 또 마주쳐야 한다고 생각하니 머리가 지끈했지만 그래도 어른의 체면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안 갈 수도 없고...” 권해솔은 작게 한숨을 내쉬고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재이의 잔잔한 음성이 흘러나왔고 그녀를 천천히 잠으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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