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화
권해솔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복도 끝의 문이 열렸다.
끝에 서 있던 권해솔은 갑자기 밀려드는 팬들에 밀려 나버렸다.
권해솔이 겨우 중심을 잡고 일어섰을 때, 큰 기럭지를 가진 하얀 머리 남자가 화려한 셔츠를 입고 걸어 내려오는 것을 발견했다.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두 눈의 피곤함까지 가리지는 못하고 있었다.
“아! 재이다! 드디어 실물 영접이야! 오랜 시간 좋아했어요!”
“사인해 줄 수 있어요? 포옹도 괜찮아요?”
“나한테 생일 축하한다고 얘기해줘요! 아니면 아무 말이나 다 괜찮아요!”
모든 팬들이 재이를 보기 위해 앞으로 달려 나갔다. 오직 권해솔만이 제자리에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재이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권해솔은 재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착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건 마치 사막의 신기루처럼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모든 팬은 재이를 만나기 위해 준비를 단단히 하고 왔다. 권해솔은 사인을 받고 싶었지만 어디에 받아야 할지 몰랐다.
재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하얗고 기다란 손가락만으로도 모든 사람들을 홀릴 수 있었다.
“됐어요. 재이 씨는 아직 다른 일이 많아서 다들 비켜주세요.”
어느새 재이의 뒤에서 경호원 네 명이 나왔다.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다들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경호원이 길을 트자 그저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권해솔은 재이만 보면서 뒤로 물러났다. 본인이 계단 끝에 서 있다는 것도 잊은 채 말이다.
재이를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본 건 처음이라 심장이 당장이라도 뛰쳐나올 것 같았다.
“안녕하세요. 정말 오랫동안 좋아했어요. 첫 작품부터 쭉 좋아했는데 사인 한 장만 가능할까요?”
하지만 그건 머릿속에서만 맴도는 말이었다.
현실 속의 권해솔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곳에 멍하니 서 있었다.
재이는 고개를 끄덕여 사과하면서 경호원을 따라 앞으로 가고 있었다.
“안녕...”
권해솔이 용기 내어 인사하려고 한 순간, 발밑이 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느새 중심을 잃은 채 넘어지고 있었다.
사람은 위급한 상황일 때 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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