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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말을 마치자마자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쨍그랑! 뒤에서 유리가 산산이 조각나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심진우는 컵을 내동댕이친 후 벌떡 일어섰다. 그녀의 말에 자존심이 상해 화가 난 듯했다. “주다인, 네가 후회하며 무릎 꿇고 돌아오는 날을 기다릴 거야!” 그는 이를 악물고 문을 쾅 닫으며 뛰쳐나갔다. 문이 닫히는 순간 주다인의 가슴도 함께 울렸다.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심진우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았는데 손바닥을 꽉 움켜쥔 채 마음의 아픔을 잊으려 했다. 이게 그의 본모습이었을까... 그동안의 다정한 모습이 모두 연기였다는 걸 알면서도 여전히 가슴은 찢어질 듯 아렸다. 텅 빈 방 안에서 그녀의 슬픔은 점점 커져만 갔다. 공기조차 쓰라림으로 가득 찬 듯했다. 그때, 휴대폰의 날카로운 벨 소리가 적막을 가르더니 간호사의 급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선생님, 가정폭력 피해자가 칼로 열 몇 군데 찔려 중태에 빠졌습니다!” “알겠어요. 바로 갈게요.” 주다인은 슬픔에 빠질 새도 없이 심진우를 뒤로한 채 외투를 걸치며 서둘러 병원으로 뛰쳐 갔다. 아파트에서 병원까지는 멀지 않았다. 10분 후, 그녀는 수술실에 도착했다. 수술실의 조명이 차갑게 비추는 가운데 주다인은 수술용 메스를 꽉 쥐었다. 그녀의 손놀림은 흐트러짐 없이 유연하고 정확했다. 상처는 으스러진 살점과 피범벅으로 처참했지만 그녀의 헤모스탯은 매 순간 출혈 부위를 정확히 찔러냈다. 지혈 행동 하나하나가 빠르면서도 치밀했다. 수술이 끝난 것은 자정 무렵이었다. 주다인은 무표정으로 진료실로 돌아왔다. 간신히 숨을 고르며 물 한 모금 마시려는데 보조 의사가 허둥지둥 뛰어 들어왔다. “선생님, 큰일 났어요! 405호 환자분께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주다인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다시금 전투적인 치료 모드로 돌입했다. 환자의 생체징후가 안정될 때까지 그녀의 미간에는 깊은 주름이 펴지지 않았다. “405번 침대 환자는 며칠째 상태가 안정적이었어. 내일 퇴원할 예정이었잖아. 오늘 갑자기 심장마비가 왔다니 어떻게 된 일이야?” “저도 모르겠어요. 방금 약만 줬는데 갑자기 그렇게...” 간호사가 설명을 마치기도 전에 복도에서 갑작스러운 소란이 일었다. 과장님과 당직 의사들이 표정이 어두운 채로 들어왔다. “주다인, 잠시 나와 봐.” 주다인은 따라 나갔다. 과장님은 약병을 꺼내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주다인, 네가 환자 약을 몰래 바꿨다며? 이게 무슨 짓인지 알아? 사람 목숨을 위협하는 행동이야!” 과장님의 말은 마치 천둥처럼 주다인의 가슴을 후려쳤다. 주다인의 등골이 서늘해졌다. “과장님,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언제 환자 약을 바꿨다는 거죠?” “이 병상 환자는 특수 체질이라 지금까지 항상 네가 직접 약을 져왔어!” 과장의 목소리가 진동하며 떨렸다. “시내 최고 병원의 주치의가 이런 실수를 할 줄이야...” “이미 원장님께 보고했으니 내일부터 네 직위는 정지되고 조사를 받게 될 거야.” 주다인은 머릿속이 하얗게 변한 채 손에 든 약봉지가 천근 무게로 느껴졌다. “말도 안 돼요... 그 약 분명히 제가 확인했는데...” 그녀는 과장의 손에서 약병을 낚아채더니 알약 몇 개를 손바닥에 쏟아냈다. 코를 대고 냄새를 맡는 순간, 약간의 이질감이 느껴졌다. “이건... 제가 지은 약이 아니에요!” 주다인의 심장이 내려앉았다. “분명히 누군가 약을 바꾼 거지 저랑은 상관없어요! 약방 CCTV만 확인하면...” 과장의 얼굴이 굳었다. “CCTV는 고장 났어.” 과장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어쩌면 좋아? 문제가 생긴 게 바로 네가 약을 짓던 구간이야! 그러니 감히 이 일이 너랑 무관하다고 말할 수 있어?” 쿵! 주다인은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듯한 충격에 휩싸였다. 그녀가 무언가 해명하려는 순간 복도 끝에서 소음이 들려왔다. “주다인! 어디 갔다 이제야 오는 거야!” 심진우가 비틀거리며 그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얼굴은 붉어졌고 시선은 흐릿해 분명히 술에 취한 상태였다. 그의 이 모습에 주다인은 온몸에 무력감이 엄습했고 팽팽했던 신경이 끊어지는 듯한 절망에 빠져 물었다. “심진우... 너 왜 병원에 온 거야...” 심진우는 휘청거리며 다가왔다. 본색을 드러낸 후로는 연기조차 하지 않고 오만한 비웃음을 띠며 말했다. “주다인, 억지로 버티는 거 재미있어? 이게 밀당이라는 건 나도 알아. 하지만 말해두는데 이런 건 나한테 통하지 않아.” “게다가, 내가 네 돈 좀 썼다고 그렇게까지 할 일이야? 빨리 집에 가서 야식이나 만들어. 나 배고파!” 주위에 모인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자 주다인의 얼굴은 마치 수차례 따귀를 맞은 듯 달아올랐다. 그녀는 눈을 감고 지친 숨을 내쉬었다. “심진우, 정신 차려. 여긴 병원이야. 무슨 일이든 집에 가서 말해!” “병원이 어때서? 우리 집에 돈은 얼마든 있어. 이 허접한 병원 사 버릴 수도 있다고!” 그의 목소리는 새벽 병원 복도에서 유난히 찢어질 듯이 울려 퍼졌다. 과장님의 얼굴은 이미 굳을 대로 굳어 있었다. “주 닥터, 여긴 병원이야. 남자 친구 좀 통제해줘.” 과장의 목소리는 낮고 무겁게 들려왔다. “일단 집에 가서 네 일들 정리하고 부를 때까지 기다려.” “하 과장님.” 주다인은 사방에서 포위당한 듯한 기분이 들어 무력하게 설명을 시도했다. “전 약을 바꾼 적 없어요. 분명히 누군가의 오해나 실수일 거예요. 그리고... 이미 이 남자랑 헤어졌어요. 정말...” 그 뒤의 말은 목구멍에 막혀 나오지 않았다. 피곤했다. 온몸이, 마음이, 숨 쉴 힘조차 없을 만큼. 하루 동안 다섯 건의 수술을 마치고 사랑하는 남자의 배신을 알고, 이제는 병원에서까지 오해를 받는 상황이라니. 모든 것이 산처럼 무겁게 짓눌러 그녀의 숨통을 조여왔다. “제발... 조금만 시간을 주세요. 분명히 해명할게요.” “주다인! 네게 체면을 줄 때 잘해. 지금이라도 사과하면 내가 너를 불쌍히 여겨서 다시 받아줄 수도 있거든?” 심진우가 그녀의 손목을 거칠게 끌어당기며 낚아챘다. “심진우, 이거 놔. 내 손 놓으라고!” “됐어!” 그 순간, 사람들 사이로 칼날 같은 차가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모두가 소리의 근원을 찾아 고개를 돌렸다. 사람들이 마치 조수처럼 갈라지며, 그 사이로 우뚝 선 위엄 있는 한 남자의 모습이 드러났다. 남자는 몸에 알맞은 수트를 입고 당당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단정한 용모 중에서도 특히 깊고 차가운 검은 눈동자는 마치 심연 같았고, 타고난 품위와 위압감으로 복도 전체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검은 정장을 입은 몇 명의 훈련된 경호원들이 단번에 복도 양쪽에 줄 서 있는 동안 공기가 순간적으로 팽팽해졌다. 남자의 시선은 칼날처럼 심진우를 향했다. 낮고 강압적인 목소리에는 어떠한 반론도 용납하지 않는 강경함이 깔려 있었다. “손 떼.” 심진우는 그의 강력한 기세에 압도되어 잠시 주춤했지만 곧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네가 뭔데 감히 내 일에 간섭해! 네가 누군지 알기나... 아악!”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검은 정장의 남자들이 양쪽에서 다가와 번개처럼 심진우를 붙잡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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