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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28장

싸늘한 목소리와 함께 랜드로버 차량 행렬이 일제히 멈춰섰다. 곧이어 문이 열리며 무도복을 입은 남자들이 걸어 나왔다. 그들은 순식간에 용철구와 하현을 포위했다. 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며 이들을 지켜보았다. 용천진이 용문 전당의 힘을 이용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하현은 전에 용문의 내외 팔당과 삼십여섯 지회가 모두 용천진의 휘하에 있다는 말을 듣긴 했었다. 그러나 간단히 흘려들었는데 지금 이 장면을 목격하고 보니 그 말의 무게를 실감하게 되었다. 용천진이 실제로 뭔가를 시작하면 용천오와는 비교할 수 없는 파급력을 보인다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하현이 흥미롭게 이 광경을 지켜보는 가운데 첫 번째 차의 조수석이 열렸고 검은 무도복을 입은 젊은 여자가 걸어 나왔다. 그녀는 매우 호리호리한 몸매였다. 섹시할 뿐만 아니라 차갑고 늠름하기까지한 자태가 모든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녀는 말할 때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가 넘쳤고 몸에는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딱 봐도 고수의 풍모가 느껴졌다. 무엇보다 그녀에게서 풍기는 여유와 자신감은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었다. 그녀는 기세등등하게 지시하며 사람들을 호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어찌 보면 그녀는 황궁 같은 높은 곳에서 성지를 낭독하고 타인의 운명을 꿰뚫어 보는 예지자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용철구와 그의 부하들은 탁심설의 말에는 개의치 않았다. 그저 그녀의 말이 귀에 거슬리는 듯 마뜩잖은 표정을 보였다. 탁심설이 높은 신분이라도 돼? 그녀가 하현이 한 말을 보증한다는 거야? 그렇다면 하현이 가지고 있는 것이 정말 진짜 문주의 증표란 말이야?! 그렇다면 하현은 정말로 용천진의 귀한 사람일 뿐만 아니라 용 씨 가문이 귀하게 받들어야 할 사람일 수도 있다! 이런 생각이 들자 고수들은 모두 무의식적으로 손에 든 무기를 떨어뜨리고 다시는 하현을 상대할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어찌 보면 신선이 싸우는 싸움에 인간이 끼어서 괜히 험한 꼴을 당하는 기분이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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