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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73장

하현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일관했다. “만약 내가 안 한다고 하면?” “안 한다고?” 백효단은 냉소를 흘리며 입을 열었다. “당연히 안 한다고 말할 수 있지!” “다만 내 체면을 짓밟고 내 말대로 하지 않는다면.” “나도 뭐 가만히 있을 수 없지.”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 난 문명인이야. 배운 사람이라고. 함부로 사람을 때리거나 그런 야만적인 행동을 하진 않아!” “기껏해야 정신병원에 보내 버리는 정도? 거기서 여생을 썩게 하는 정도랄까! 하하!” 백효단의 행동 스타일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었다. 자신의 말을 거역하는 사람은 바로 정신병원으로 보내 버릴 태세였다. 그러고도 남을 여자였다. 그곳은 감옥보다 더 비참한 곳이다. 들어가는 사람은 있어도 나오는 사람은 드물다는 그곳! 백효단의 말에 이해인 일행은 하나같이 비아냥거리며 통쾌한 듯 키득키득거렸다. 다들 하현이 분수도 모르고 기어오르다가 결국 꼴좋게 되었다고 여기며 고소해 죽을 지경이었다. 자선병원에서 함부로 하다간 어떻게 된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겠지? 설유아는 백효단의 말을 듣고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었다. “당신들의 병원은 정말 말만 자선병원이지 무법천지군요!” “퍽!” 백효단은 한 걸음 앞으로 걸어 나와 설유아의 얼굴을 힘껏 내리쳤다. “우리 자선병원에서 나 백효단의 말이 곧 법이고 하늘이야!” “그런데 뭐라고? 지금 날 무시하는 거야?” 백효단은 기세등등한 얼굴로 설유아에게 퍼부었다. 설유아는 뺨을 얻어맞고 심하게 비틀거렸다. 하마터면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다. 줄곧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하며 흥분해 있던 최희정은 백효단의 행동을 보고 그만 입을 다물어 버렸다. 최희정은 백효단의 말을 듣고 자신이 정말 정신병원에 보내질까 봐 걱정되었던 것이다. “퍽!” 분노에 찬 하현의 눈빛이 갑자기 차가워지더니 누가 말릴 사이도 없이 백효단의 배를 발로 걷어차 버렸다. 백효단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넘어졌고 그대로 대리석 기둥에 온몸이 세게 부딪혔다. “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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