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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24장

다음 날 아침 상쾌하고 푸른 무성의 깨끗한 하늘이 옅은 회색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기온 하락으로 거리는 한기가 더해졌고 가게들은 느즈막이 기지개를 켜며 문을 열었다. 그 시각 무성 경찰서 정문 앞에는 수사팀장 두 명이 잠이 덜 깼는지 하품을 하며 걸어오고 있었다. 그들은 교대 근무를 한 뒤 아침 식사를 하려고 경찰서를 나서던 참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열몇 대의 차량이 일렬로 달려와 사나운 기운으로 경찰서 앞에 멈춰 섰다. 곧 차 문이 열리고 무도복을 입은 백여 명의 남자들이 차에서 내렸다. 두 수사팀장들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아 순간 허리춤에 있던 총기에 손을 얹었다. 딱 봐도 눈에 익은 사람들이었고 두 수사팀장의 힘으로는 백여 명에 달하는 사람들을 제압할 수는 없어 보였다. 다만 백여 명의 남녀들은 차에서 내린 순간 경찰서를 공격하지도 포위하지도 않고 가만히 있었다. 앞장섰던 남자가 손짓을 하자 누군가 상복을 입고 걸어 나왔다. 동시에 다른 사람들은 차 안에서 미리 준비한 플래카드를 꺼내 일자로 펴기 시작했다. 하얀색 현수막 위에는 검은 글씨가 바람에 날리듯 유려하게 쓰여 있었다. ‘살인을 했으면 법의 이름으로 처단하라!’ 남녀들은 기세등등한 얼굴로 앞으로 나와 경찰서 입구에 서서 외쳤다. “사람을 죽였으면 목숨으로 보상하라!” 순간 사방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시선을 모으며 모여들기 시작했다. 미리 포섭해 둔 일부 언론 기자들은 사진을 찍기 위해 부리나케 달려왔다. 게다가 어떤 사람은 관을 메고 나왔다. 맨 앞에는 용호태의 영정이 놓여 있었다. 또 어떤 사람은 종이돈을 사방에 뿌리고 있었다. 억울하게 죽은 누군가의 영혼을 달래듯 그들은 모여든 사람들을 향해 호소하는 눈빛을 보냈다. 잠시 후 사방에는 수백 명의 구경꾼들이 모여들어 하나같이 손가락질을 해댔다. 이 사람들이 진짜 구경꾼이든 돈을 주고 매수한 사람들이든 간에 한마디로 누군가 의도적으로 일을 크게 만들어 여론을 조성하려는 수작임에 틀림없었다. 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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