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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85장

항도 하 씨 가문 본가가 선택한 이곳은 처음에는 척박하고 연고가 없는 무덤이 마구 널려 있던 곳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결국 항도 하 씨 가문은 한번 고꾸라지고 말았다. 하지만 거의 백 년 동안 각고의 노력 끝에 이곳은 깨끗하고 맑은 풍광과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곳이 되었다. 그 안에는 유유히 흐르는 시냇물 사이로 작은 정자도 있었다. 대하에 현존하는 각양각색의 건축양식이 어우러진 이곳은 원명원의 복제품이라 불릴 정도로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특히 야경은 항성에서 단연 일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 온갖 걱정으로 머릿속이 복잡한 하백진과 하구천은 이 절경을 감상할 겨를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하구천과 하백진조차도 항도 하 씨 본가를 드나들려면 신분 확인이 필요했다. 그야말로 이곳은 항성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입구를 지나자 오래된 작은 정원이 하백진과 하구천의 눈앞에 나타났다. 이곳은 바깥에서의 화려한 명성과는 어울리지 않게 소박하고 정갈한 맛이 물씬 풍겨났다. 하지만 항도 하 씨 가문의 역사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이 거대한 가문의 시작이 이 작은 정원에서 비롯되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정원 한가운데에는 회색 가운을 입은 여인들이 손을 모으며 나란히 서 있었다. 소리 없이 조용한 가운데 숨소리조차 낼 수 없는 엄숙함이 밀려왔다. 이들의 실력이 결코 만만치 않음을 저절로 알 수 있었다. 이 밖에도 그녀들이 지키고 있는 통로 한가운데 오래된 의자에 누군가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여든 살쯤으로 보이는 노파가 정갈한 옷차림으로 눈을 가늘게 뜨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미동이 없어서 마치 잠든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우아하기 그지없는 상류층의 기운이 은은하게 퍼져 나왔다. 말할 수 없는 위엄이 사방을 에워쌌다. 이 모습을 본 하구천은 얼굴에 함박웃음을 머금고 앞으로 나섰다. “할머니, 손자가 할머니 보러 왔어요.” 하백진도 거들었다.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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