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83장
”노국의 황실 여인은 함부로 건드려선 안 된다는 걸 몰라?!”
“고귀하고 지체 높은 직계라면 말도 안 해!”
“이 여자는 그냥 혼혈이야! 혼혈일 뿐이라고!”
“그 여자가 정말 네가 좋아서 너랑 함께 한 줄 알아?”
“아마 그 여자는 네가 가진 권세와 역량 때문에 널 마음에 들어 했을 거야.”
“하구천, 너 왜 이렇게 멍청하니?! 어떻게 이런 여자를 건드려?”
“네가 가진 지위는 어떤 여자도 함부로 손을 못 대는데 왜 그런 짓을 한 거야?”
“가장 중요한 건 이 혼혈 여자는 다른 것도 제대로 못 배웠는데 황실 여자가 되어서 부끄러움도 배우지 못했다는 거야!”
“자기 입으로 남자랑 놀아났다는 걸 세상에 공개하는 여자가 어디 있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감히 어떻게?!”
“이제 다들 하구천은 여자를 헌신짝 버리듯 내팽개친 남자라고 생각할 거야.”
“상류층에서는 별것 아닌 일이지만 노부인 귀에 들어간다면 이건 큰일이야...”
하백진은 잔뜩 찌푸린 얼굴로 쉴 새 없이 떠들었고 냉정과 침착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여자로서 이번 사건이 하구천에게 얼마나 큰 타격을 줄지 너무나 뻔히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건 그의 역량이 문제가 아니라 단기간에 하구천의 평판을 떨어뜨릴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그의 승리가 눈앞에 임박한 순간에 이런 일이 터지다니!
넷째 공주의 이런 수법은 한순간에 정곡을 찔러 상대를 넘어뜨리는 것과도 같았다.
이 수법에 하구천의 미래가 송두리째 뽑힐 지경이었다.
“고모, 너무 흥분하지 마세요. 난 저 여자 건드린 적 없어요.”
여기저기 상처가 난 얼굴로 하구천이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그는 방금 지난 몇 년 동안의 일을 떠올렸다.
비록 하구천이 수많은 여자들과 얽혀 지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넷째 공주와 얽힌 적은 없는 것 같았다.
“정말이야?”
하백진이 살짝 얼떨떨한 표정으로 물었다.
“만약 네가 넷째 공주랑 잔 적이 없다면 넷째 공주는 왜 널 물어뜯고 있는 거야?”
하구천은 잠시 침묵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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