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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88장

”남양쪽에 가서는 분수를 지키며 살아야 할 거야. 양 방주가 비록 내 친구이긴 하지만 당신이 그녀를 못마땅하게 여긴다면 그녀도 당신을 뻥 차버릴 수 있으니까.” 하현이 한마디 귀띔했다. “걱정하지 마. 난 딴따라지 바보가 아니야.” “내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도망치는 거야. 지금 세상을 떠돌며 얼굴을 내밀지 않는 것이 그나마 남은 내 체면을 세우는 일이야. 난 내 목숨을 걸 정도로 그렇게 멍청하진 않아.” 진소흔은 한숨을 내쉬다가 갑자기 뭔가 떠올린 듯 하현을 쳐다보며 말했다. “맞다, 이해가 안 가는 게 있어. 당신은 날 전면에 내세워서 하수진이 직면한 여론의 압박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었어.” “그런데 왜 날 전면에 내세워 해명하게 하지 않았어?” 하현은 아무런 표정 없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당신의 해명이 여론을 압박하지 못한다면 이영돈 쪽에서는 또 다른 수법을 쓸 궁리를 할 거야.” “속내를 쉽게 내보이는 것보다 여론을 그대로 존속시키는 게 더 나아.” “필요할 때 나서면 되니까.” “그러니까 잘 살아 있어. 당신이 언젠가 나서야 할지도 모르니까.” “다음에도 연기를 잘 해준다면 누가 알아? 내가 누군가에게 부탁해 당신한테 멋진 집 하나 마련해 주고 당신은 그 안에서 편하게 살 수 있게 될지.” 진소흔에게 마지막 당근을 확실히 주고서야 하현은 돌아섰다. 그에게 있어 이 여자는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된다. 어쩌면 요긴할 수도 있고 어쩌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남겨두는 것이 없는 것보다는 조금 더 나을 수 있다. 하현의 말에 진소흔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하현에게 이용할 가치가 있는 한 그녀는 계속 살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그녀는 돌아서는 하현을 막아서고 나지막이 말했다. “참, 이걸윤에 관한 사실 중 당신한테 말하지 않은 게 하나 더 있어.” 하현은 진소흔이 자신에게 모든 걸 다 털어놓지 않았을 거라고 짐작하고 있었다. 진소흔이 하현을 가로막자 그는 발걸음을 멈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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