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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84장

”괜찮아요.” 당난영이 돌아보며 환한 미소로 하문준에게 화답했다. 그녀의 눈빛에는 미안함이 가득 고여 있었다. “지난 십 년 동안 내가 당신을 너무 외롭게 했어요.” “아이를 잃은 슬픔 때문에 마음이 텅 비어 버렸죠. 그래서 당신 마음을 조금도 헤아리지 못했어요.” “나의 이런 모습이 당신한테도 많은 영향을 미쳤고 당신 마음속에 늘 걱정거리를 안겨주었어요.” “게다가 아이를 잃은 후에는 다시 또 아이를 낳을 엄두도 내지 못했고 어머님은 당신에게 하구천을 양아들로 들이라고 계속 강요하셨죠.” “그런 이유로 하구천은 가문에서 적지 않은 권세를 갖게 되었고 결국 그것이 당신을 위기로 몰았어요.” “다 나 때문이에요. 나 때문에 여기까지 오게 된 거라구요.” 당난영의 말에 하문준은 정신이 멍해졌다. 줄곧 우울한 채 죽은 사람처럼 지내던 아내가 자신의 심정을 이렇게 헤아려 줄줄은 몰랐다. 전에 하인에게 전해 듣기로 하현이 아내의 마음의 병을 고쳤다고 했는데 그게 사실이었단 말인가? 당난영의 마음속 병 때문에 얼마나 많은 인맥을 동원하고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모른다. 하지만 단 한 번도 효과가 없었다. 그런데 하현은 당난영의 뺨을 몇 대 때린 것으로 그녀를 정상으로 돌려놓은 것이다. 하문준은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았다. 눈앞에서 당난영을 확인하기 전까지 그는 도저히 믿을 수도 없어서 하현을 만나면 제대로 혼을 내줘야겠다고 나름 벼르고 있었다. 그런데 정상으로 돌아온 당난영의 모습을 보니 그는 하현을 원망하던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하문준은 당난영의 손을 잡고 속삭이듯 말했다. “난 당신을 탓한 적이 없어.” “아이를 잃은 슬픔이 얼마나 아픈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야.” “하지만 이제 다 지나간 일이니 우린 다시 시작할 수 있어.” 당난영의 표정이 갑자기 싸늘하게 굳어졌다. “아뇨,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하문준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당난영은 조용히 말을 이었다. “난 이미 내가 가진 모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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