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화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리자 양지안은 의아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다.
‘이렇게 늦은 시각에 누가 찾아온 걸까?’
현관 앞에 서 있는 전유식을 보는 순간, 그녀의 표정이 복잡하게 일그러졌다.
“여긴 무슨 일로 오신 거야?”
양지안의 태도에 담긴 감정 변화를 눈치챈 전유식은 속으로 불쾌함을 느꼈지만 겉으론 여전히 웃는 얼굴을 유지했다.
“할아버지께 드릴 말씀이 있어서. 지금 좀 만날 수 있을까?”
전유식의 의도를 직감한 양지안은 말 없이 고개를 돌려 문을 반쯤 닫으며 차분하게 말했다.
“할 말이 있다면 나한테 해. 할아버지가 몸이 편찮으셔서 괜히 방해받으면 안 좋아.”
전유식은 잠시 망설이다가 굳이 밀어붙이지 않고 마당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곳에서 그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너랑 진태웅, 가짜 결혼이지?”
그 한마디에 양지안의 몸이 순간적으로 굳어졌고 숨이 거칠어졌다.
그녀는 냉랭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너, 내 뒷조사했어?”
양지안은 굳이 부정하지 않았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라도 알아낼 수 있는 일이었기에 그저 전유식의 행동 자체에 불쾌함을 느꼈을 뿐이었다.
“목적이 뭐야? 내가 어떻게 하면 할아버지한테 말 안 할 건데?”
한숨을 내쉬며 마음을 다잡은 양지안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본론부터 말했다. 이 문제를 지금 이 자리에서 매듭짓고 싶었다.
전유식은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다가서며 말했다.
“넌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알잖아. 우리는 어릴 때부터 함께 자라왔어. 만약 그때 내 아버지가 날 데려가지 않았다면 지금 너와 결혼한 사람은 나였을 거야. 너와 진태웅 사이에 아무 감정이 없다면 앞으론 나와 함께하자. 굳이 힘들게 숨기지 않아도 되잖아.”
전유식은 양지안을 잘 안다고 믿고 있었다. 그녀가 가짜 결혼을 선택한 것은 가족의 압력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그 속엔 진심이 없다고 단정했다.
그에겐 자신감이 있었다.
그녀와 함께한 유년 시절의 정도 있었고 이제는 모든 면에서 성공한 신분이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삶은 15년 동안 완전히 달라졌고 진태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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