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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진태웅은 장용원의 말에 피식 웃었다. “누가 안 풀어준대? 묶여있느라 찝찝한 그 몸을 깨끗하게 씻으면 그때는 두말없이 보내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 장용원은 그 말에 등줄기가 오싹해졌다. 진태웅이 무엇을 하려는지 눈치를 채 버렸기 때문이다. 그의 예상대로 진태웅은 시선을 돌려 시쳇더미가 있는 구덩이를 바라보았다. 장용원은 경호원의 손에 끌려가며 큰소리를 욕설을 한가득 퍼부었다. “이런 X새끼가! 내가 너 꼭 죽인다. 너뿐만이 아니라 네 가족도 다 죽여버릴 거야! 살점을 다 도륙 내버릴 거라고!” 장용원은 어릴 때부터 뒤 세계의 일원으로 살며 더럽고 험한 꼴을 다 봐왔기에 웬만한 일에는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아무리 자기보다 강한 상대라도 피떡이 되도록 맞을지언정 한번도 빌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진심으로 두려웠다. 악취를 풍기는 시쳇더미에 던져지는 게 피를 보는 일도 아닌데 그는 그 어느 때보다도 무섭고 두려웠다. 차라리 죽는 게 더 나을 지경이었다. 그의 부하들도 같은 마음인지 시쳇더미를 보더니 하나둘 괴성을 내지르며 발악을 했다. 눈살이 절로 찌푸려지는 비명이 난무하는 가운데 진태웅은 홀로 태연한 얼굴로 장용원 일행이 끌려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사실 그로서는 꽤 큰 자비를 베푼 것이었다. 총구가 겨눠지고도 어디 한 곳 부러트리지 않으니 말이다. “던지세요.” 서연주의 경호원들은 휴게실에 갇혀있던 울분을 풀 듯 진태웅의 말에 일 초의 망설임도 없이 장용원 일행의 등을 퍽 하고 밀어버렸다. 장용원과 그의 부하들은 힘 한번 못 쓰고 그렇게 인형처럼 앞으로 굴렀다. 다행히 경사도 있었고 또 진흙에 살이 붙어있는 시체들까지 있어 다친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본능적인 거부감과 두려움에 그들은 시멘트 바닥에 처박히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운 얼굴을 했다. 그러고는 이내 약속이라도 한 듯 하나둘 토악질을 하기 시작했다. 마치 신종 고문이라도 당한 것처럼 그들은 상당히 괴로워 보였다. 하지만 아무리 고통스럽고 괴로워도 불만을 표할 수가 없었다. 괜히 말을 내뱉었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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