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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장

백수영이 이렇게 말하자 모든 사람이 한씨 가문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게 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의 동정과 열정은 순간 경멸과 비난으로 바뀌었다. 한성태와 한여름은 옆에서 넋을 놓고 있었다. 백수영이 갑자기 왜 이런 미친 짓을 벌이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한여름은 눈물을 흘리며 여전히 해명하려 했다. “그런 거 아니에요. 우리 엄마가 지금 헛소리하는 거예요. 우린 언니한테 그런 짓 한 적 없어요...” 그런데 한여름이 말을 마치기 전에 사람들이 비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가장 먼저 비웃기 시작한 사람은 한여름이 입은 검은 드레스 보고 공주인 줄 아냐고 말했던 그 여자였다. “됐어요. 이제 저 멀리 경성시의 사람들도 한씨 가문이 무슨 속셈인지 다 알겠어요. 그런데 아직도 아닌척할래요?” 이때 옆에서 웃음 소리가 들렸고 그 속에는 조롱과 경멸이 섞여 있었다. 어려서부터 한 번도 이런 것을 당해본 적이 없는 한여름은 백수영과 한성태는 신경 쓰지도 않고 얼굴을 가린 채 혼자 밖으로 뛰어 나갔다. 하지만 몇 걸음 안 뛰어 누군가와 세게 부딪쳤다. 충격이 너무 큰 탓에 한여름은 휘청거리다가 뒤로 넘어졌다. 고개를 들고 보자 빛이 반사되어 차가운 기운을 풍기는 대나무처럼 길고 날씬한 실루엣만 보였다. 그러다가 다시 얼굴을 확인해 보니 한여름은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도자기를 빚은 듯 아름다운 외모는 강현우의 잘생긴 얼굴보다 더 날카로워 보였고 차갑고 검은 눈동자로 쳐다보자 한여름은 빨려 들어갈 것 같았다. 그렇게 한여름은 그 자리에 앉아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다가 주위에서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저분 이수현 도련님 아니야? 맞는 것 같은데. 분위기가 너무 무서워.” “이수현 도련님이 이런 파티에 참석하는 걸 제일 싫어하신다고 하지 않았어? 여긴 왜 오셨지?” “젠장. 나 오늘 입은 드레스 괜찮지? 이수현 도련님은 튀는 옷을 입는 걸 싫어하셔. 절대 보이면 안 되겠다.” 그제야 한여름은 눈앞에 있는 사람이 해성시 4대 가문 중 하나인 이씨 가문의 도련님 이수현인 것을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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