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장
고선숙은 한가을을 빤히 보면서 마음속 의심이 점점 더 커졌다.
“이렇게 나이 어린 애가 뭘 안다고 그래? 지애야, 너 또 속은 거 아니야?”
그러면서 고선숙은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김지애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김지애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어머님! 강 도사님은 나이가 어려도 실력이 있는 분이에요. 말 함부로 하지 마세요.”
김지애는 고선숙이 말실수해서 한가을의 심기를 건드릴까 봐 걱정했다.
그러나 고선숙은 입을 삐죽 내민 채 이렇게 젊은 여자애가 무슨 실력이 있다는 건지 의심했다.
한가을이 말로 사람을 속였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김지애가 아무리 학벌이 높아도 사람 보는 눈은 자신보다 못하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자신이 먼저 다른 도사를 모셔와서 그렇지 아니면 한가을만 믿었다가 아무 것도 해결하지 못할 거라고도 생각했다.
‘역시 이 집에 내가 없어서는 안 돼.’
고선숙은 한가을의 기를 꺾으려고 일부러 그녀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정말 실력이 있다면 보여주든가.”
‘다른 건 몰라도 이 남자 도사님처럼 검을 휘두를 줄은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어머님!” 이때 김지애는 고선숙의 태도가 한가을을 심기를 건드릴까 봐 정말로 화가 났다. 그래서 고개를 돌려 다급히 말했다.
“강 도사님, 너무 죄송합니다. 마음에 두지 마세요.”
하지만 한가을은 신경 쓰지 않고 김지애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러고는 고선숙과 남자 도사를 지나쳐 곧장 침대 앞으로 다가갔다.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침대에 누워있는 송하윤을 볼 수 있었다.
방 안이 연기로 가득 차도 송하윤은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남자 도사는 그들이 방에 들어왔을 때부터 곁눈질로만 이쪽의 동태를 살폈다. 그러면서 하던 것을 멈추기 어려운 듯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으려는 것처럼 이어갔다.
그러다가 한가을이 침대 옆으로 걸어 오는 것을 보고서야 소리쳤다.
“가까이 오지 마요! 그렇게 하면 내 술법에 방해가 돼요!”
그 말을 듣고 한가을은 곁눈질로 흘끗 보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서 송하윤의 손을 잡아 당겨 자세히 들여다 봤다.
그 남자 도사는 한가을이 자신의 경고를 무시하자 화가 난 표정을 드러내며 하던 것을 멈추고 돌아서서 고선숙에게 소리쳤다.
“어르신!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제가 술법을 사용하는 동안 다른 사람이 방해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말씀을 드렸잖습니까?”
이때 고선숙도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서둘러 말했다. “안 도사님, 정말 죄송합니다. 지금 당장 내보낼게요.”
고선숙은 그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돌려 한가을을 노려보고는 밖으로 내쫓으려고 했다. 하지만 이때 한가을은 송하윤의 손을 내려놓고 고개를 돌려 안 도사를 바라보며너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
“안 도사님께서 법단까지 내와서 술법을 사용하시는 건 하윤 양의 몸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알고 그러시는 거겠지요?”
안 도사는 한가을의 말을 듣고 코웃음을 쳤다. “하윤 양은 귀신을 건드려서 이렇게 된 것이기 때문에 난 조금 전에 그 귀신을 쫓고 있었어요. 그런데 당신이 말을 안 듣고 내 술법을 방해했기 때문에 귀신이 도망쳤다고요!”
그 말은 이제 술법이 실패했으니 송하윤이 깨어나지 못하는 것은 자신과 상관없고 모두 한가을 때문이라는 뜻이었다.
그러자 한가을은 가볍게 웃고는 사기꾼을 쳐다보는 듯한 눈빛으로 안 도사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