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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장

송영민은 사람들의 의아해하는 표정을 보지 못한 듯 다급함을 숨기지 못했다. “대표님, 저희는 진심으로 강 도사님을 직접 뵙고 사과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강 도사님을 뵙게 해 주시면 안 될까요?” 강기태는 뻐끔거리다가 한참 지나서야 정신을 차린 듯 놀라며 말했다. “가을이는 지금 여기 없습니다.” 송영민 부부는 그 말을 듣고 당황한 듯 계속 물었다. “강 도사님 아직 안 돌아오셨나요? 언제 돌아옵니까? 여기서 기다려도 될까요?” 거실에 있는 강씨 가문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순간 난감해졌다. 한가을이 집을 나갔으니 오늘은 절대 돌아오지 않을 거란 말을 어떻게 꺼내겠는가? 하지만 송영민 부부는 원래도 조바심이 났는데 강씨 가문 사람들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더 불안해졌다. “강 대표님!” 이때 강기태가 말하려는데 옆에 있는 강현우가 먼저 일어났다. “가을이 오늘은 안 돌아올 거예요. 두 분 혹시 급하시면 제가 먼저 대신 가을이에게 연락할게요. 만약 가을이가 괜찮다고 하면 두 분을 모시고 가을이에게 찾아가도 됩니다.” “그럼 정말 다행입니다.” 송영민은 마다하지 않았다. “부탁해요.” 강현우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돌아서서 전화하러 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와서 말했다. “가을이가 두 분이 무슨 일로 찾아오셨는지 알겠다고 하면서 지금 바로 송씨 가문으로 가겠다고 합니다. 그러니 송씨 가문에서 만나서 얘기를 나누시면 될 것 같아요.” 한가을이 송씨 가문으로 가겠다고 말한 것을 듣고 송영민과 김지애는 기뻐하며 강씨 일가에게 상황 설명은 하지 않고 간단히 인사만 하고는 떠났다. 강현우도 그 모습을 보고 바로 따라 나갔다. “제가 두 분을 모셔다드릴게요.” 그러자 송영민은 강현우가 자신의 동생이 송씨 가문의 괴롭힘을 당할까 봐 그러는 것임을 알면서도 지금 송하윤의 상황이 긴급하니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차가 어둠속으로 사라진 후에야 강씨 가문 사람들은 반응을 보였다. “송씨 일가가 이렇게 급하게 가을이를 찾는 건 설마 송씨 가문 아가씨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죠?” 신이현이 의심스러운 듯 입을 열었다. 그녀의 말투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하지만 강기태는 미간을 찌푸린 채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아마도 무슨 일이 있는 것 같네.” 게다가 한가을이 말했던 그 일일 가능성이 컸다. 송씨 가문이 있는 별장 구역은 스카이 별장에서 가깝지 않았다. 그래서 차가 30분 이상 달려서야 그들은 송씨 가문 별장 앞에 도착했다. 세 사람이 도착했을 때 마침 한가을도 집 앞에 왔다.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은 한가을을 보았을 때, 아내로부터 강씨 가문이 방금 찾은 손녀의 나이를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송영민은 여전히 지나치게 어려 보이는 한가을의 외모가 의심스러웠다. 반면에 김지애는 전처럼 냉정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자상한 눈빛으로 한가을을 바라보았다. “강 도사님, 오늘 일은 제가 너무 마음이 급했어요. 그래도 기꺼이 와주셔서 감사해요.” 한가을이 여기까지 온 이유는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기 위함이었으니 일부러 까다롭게 굴지 않았다. “일단 들어가죠.” 그러자 송씨 가문 부부는 지체하지 않고 서둘러 한가을을 집 안으로 안내했다. 그들은 들어가면서 오늘의 상황을 설명했다. “하윤이는 매일 오후 낮잠 자고 깨나서 별장 앞에 있는 놀이터에 가서 산책하거나 뛰어놀아요. 도사님이 분명 아침에 당부해 주셨는데 그때 제가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탓에 오후에 하윤이를 데리고 나갔다가 갑자기 잃어버린 거예요. 처음에는 납치당한 줄 알았다가...” “십분 뒤에 경비원이 분수 부근에서 하윤이를 찾았어요. 그래서 다행히 아무 일도 없는 줄 알았는데 하윤이를 데리고 집에 돌아온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하윤이가 갑자기 기절했어요. 아무리 불러도 깨어나지 않길래 주치의를 불러서 검사해 봐는데도 무슨 원인인지 모르겠다고 하더라고요...” 여기까서 말한 김지애는 잠시 멈췄다. 그녀의 말투는 불안과 슬픔을 숨길 수 없었다. 그리고 김지애는 다시 한가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중에 의사도 방법이 없어 하윤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서 더 정밀한 검사를 해보려는데 애를 안았을 때 갑자기 몸에서 물건 하나가 뚝 떨어지는 거예요.” 그 물건 때문에 김지애는 다시 한가을을 찾은 것이다. 그것은 한가을이 떠나기 전에 남긴 호신 부적이었는데 김지애는 원래 도우미에게 그 부적을 버리라고 지시했었다. 그런데 송하윤이 재밌다고 몰래 다시 주워서 몸에 숨겼던 것이다. 그 물건이 송하윤의 몸에서 떨어졌을 때 김지애와 도우미는 처음에 그게 무엇인지 몰랐다. 호신 부적이 이미 까맣게 타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의아한 것은 분명 까맣게 타버렸는데 모양은 원래 그대로였다. 나중에 도우미가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리고 김지애에게 말했다. 그것이 한가을이 남기고 떠난 호신 부적 같다면서 말이다. 한가을의 호신 부적은 특별한 접는 방법이 있어서 보아내기 쉬웠다. 김지애는 나중에 사람들에게 송하윤의 몸을 확인해 보아라고 했는데 다행히 화상을 입은 흔적은 없었고 호신 부적만 까맣게 변해 있었다. 학벌이 높은 김지애는 유물론을 믿기 때문에 종래로 귀신을 믿지 않아서 이런 종류의 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송하윤의 할머니인 고선숙이 최근 불교를 믿기 시작했기 때문에 이 방면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어서 호신 부적이 타버린 것은 아마도 악령을 막아서 그런 것이라고 추측했다. 송하윤이 기절한 것은 악령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을 설명하기 때문에 고선숙은 도사를 불러와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김지애는 한가을을 생각했는데 오늘 오전에 자신이 내쫓은 일 때문에 한가을이 도움을 거절할까 봐 걱정되어 직접 찾아가 사과하려고 한 것이었다. 딸의 안위를 위해 송씨 가문 부부는 더 이상 체면은 신경 쓰지 않았다. 한가을도 송씨 가문 사람들이 진심으로 송하윤을 걱정하는 것을 알고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하윤 양은 운이 좋고 오래 살 운명이라 지금 조금 다치더라도 무사히 목숨을 지킬 수 있을 겁니다.” 한가을이 말할 때 사람들은 이미 별장 2층에 있는 방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방 문을 열자마자 화염이 여러 사람의 얼굴을 덮쳐왔다. 송씨 부부는 깜짝 놀랐고 송영민은 무의식적으로 아내를 뒤로 당겼다. 뒤에 있던 강현우도 한가을을 자신의 뒤로 당기려 했다. 그러나 그가 움직이기도 전에 한가을이 먼저 손을 들어 흔들었다. 그러자 그들을 덮쳤던 불길은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송씨 부부가 한가을의 행동에 놀라기도 전에 그들은 방 안의 상황을 보게 되었다. 어느새 송하윤의 방에 법단 하나가 나타났는데 그 법단의 앞에는 노란색 불교 도포를 입은 중년 남자가 서 있었다. 그 남자는 손에 도목검을 들고 입으로 무언가를 중얼거리면서 때때로 칼을 허공에서 흔들었다. 조금 전 그들이 방 문을 열었을 때 나타났던 불길이 바로 그 남자가 만들어낸 것이었다. 마음속으로 딸이 부정한 것에 씌였다는 것을 짐작했었지만 이 명백한 의심스러운 장면을 보자 송영민은 화가 나서 이마의 혈관들이 터질 것처럼 부어올랐다. 그는 시선을 방 안에 있는 어르신에게 돌려 무력한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그 어르신은 다름 아닌 불교를 믿는다는 송씨 집안의 할머니 고선숙이었다. 살짝 통통해 보이는 고선숙은 아들의 말을 듣고 다급히 다가와 설명했다. “하윤이가 부정한 것에 씌였다며? 그래서 내가 친한 도사님에게 해결해 달라고 부탁드린 거야. 도사님께서 이제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 하셨으니 걱정하지 마. 도사님이 하시던 걸 끝내시면 하윤이는 깨어날 거야. 게다가 더 똑똑해질 지도 몰라.” 하지만 김지애는 난감한 듯 말했다. “어머님, 저랑 영민 씨가 도사님을 모셔오겠다고 했었잖아요.” 같은 일로 두 분을 모셔올 수는 없었다. 김지애는 불교에 대해 잘 모르지만 그래도 한 번에 불자 두분을 부르면 안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고선숙은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몇 분 불러서 같이 보면 어때서? 하윤이 때문이 아니었으면 나도 이렇게 신경 쓰지 않아.” 그렇게 말하면서 고선숙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김지애 옆에 서 있는 한가을과 강현우를 바라보았다. 고선숙은 강현우가 강씨 가문의 장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아들 부부가 데려온 도사가 강현우가 아님을 알았다. 그렇다면 도사는 옆에 있는 여자일 것이다. 그러자 고선숙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이 사람이 너희가 찾은 도사야? 이렇게 어린 여자애라고?” 고선숙의 말투에서 분명 한가을에 대한 경멸이 느껴졌다. 그 말을 듣고 한가을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언제부터 이 업계도 남자를 더 중시하고 여자를 경시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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