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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장

깊은 밤. 고요한 강씨 가문 저택엔 침실 몇 군데만 불을 밝힌 모습이다. 핑크색 침대에 누운 강가을은 천장에 붙은 형광 별 모양 스티커를 바라보며 왠지 모를 따뜻함을 느꼈다. 어두운 밤 아이가 무섭지 않도록 지켜주는 별 스티커, 방 배치만 봐도 부모님의 사랑과 기대가 그대로 느껴졌다. 한씨 가문에서는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었다. ‘차라리 내가 하루빨리 죽어버리길 기대했겠지. 내 죽음으로 한여름의 행운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을 테니까.’ 어지러운 생각을 밀어내려 애쓰며 강가을은 눈을 감았다. 그리곤 다른 일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오늘 그 누구도 엄마에 대해 얘기한 사람이 없었어. 돌아가신 건가? 아니면 다른 사정이 있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하던 그때, 귓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 강가을은 눈을 번쩍 떴다. 뭔가를 떠올린 건지 벌떡 일어난 강가을은 외투만을 챙긴 채 창가로 다가갔다. 창문을 열어 어두운 밤하늘을 바라보는 강가을의 손에 부적이 생성되었다. 부적을 하늘로 던진 강가을이 주문을 외웠다. “천지청청, 건곤일합, 사면의 령을 받들어 바람이여 내게 오라!” 주문이 끝나는 동시에 강가을은 망설임 없이 3층 창문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바람 한 줄기가 부적을 감싸더니 아래로 떨어지는 그녀의 몸을 살짝 받쳐주어 강가을은 안정적으로 착지할 수 있었다. 한편, 2층 침실, 한창 컴퓨터 게임 중이던 강우진은 위층에서 뭔가 떨어지는 걸 발견하곤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다음 순간 모니터에 ‘사망’이라는 메시지가 뜬 걸 발견하곤 욕설을 내뱉었다. “젠장!” 의자에서 튀어 오른 강우진이 창문을 벌컥 열었다. ‘저 무식한 게 창문에서 뭘 던진 거야. 바로 주워서 입에 쑤셔 넣어주겠어.’ 이런 생각을 하며 아래를 내려본 순간, 낯선 그림자가 빠르게 정원을 지나더니 빠르게 자취를 감추었다. 휘둥그레진 눈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던 강우진이 중얼거렸다. “뭐야?” 어둡긴 했지만 방금 전 그 뒷모습... 왠지 강가을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언제 내려간 거래?’ ... 같은 시각, 대문을 넘은 강가을은 빠르게 어딘가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저 멀리 불을 훤히 밝힌 3층 별장에서 퍼지는 소란이 여기서도 느껴졌다. “아우우우!” 익숙한 울음 소리에 강가을은 별장을 향해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역시나 철문 안으로 경호원 몇 명이서 작은 동물의 뒤를 쫓느라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경호원 중 한 명이 몽둥이를 꺼낸 순간, 다급해진 강가을이 소리쳤다. “잠시만요! 제가 기르는 아이예요!” 강가을이 부적을 꺼내려던 순간, 경호원들이 장착한 무선기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다들 동시에 무기를 거두었다. 그리고 철문이 자동으로 열리고 강가을이 들어가자 경호원들에게 포위되었던 동물이 빠르게 그녀를 향해 달려왔다. 어둠에 가려졌던 동물의 정체는 바로 새하얀 새끼 여우였다. 동글동글한 몸통에 통통한 꼬리, 작은 가방까지 멘 모습이었다. 여우가 뛸 때마다 달싹이는 가방이 새끼 여우의 귀여움을 한층 더해주었다. 몇 걸음 만에 강가을의 앞으로 뛰어온 여우는 바로 그녀의 품으로 파고들더니 방금 전 경호원들을 향해 울부짖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낑낑대며 애교까지 부리기 시작했다. 여우의 엉덩이를 토닥이던 강가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 후각도 좋은 애가 왜 엄한 데로 온 거야.’ 이런 생각을 하던 그때, 순간 강가을의 시야가 환해졌다. 고개를 들어보니 익숙한 금빛이 그녀의 눈동자를 가득 채웠다. 이런 금빛 아우라를 내뿜는 사람은 역시 대마왕 이수현이었다. 여우를 안은 채 다가간 강가을이 먼저 사과를 건넸다. “죄송합니다. 제가 기르는 아이인데 절 찾으러 왔다가 길을 잃은 모양이에요.” ‘얇은 잠옷에 외투만 걸친 걸 보니 꽤나 급하게 나온 모양이군.’ 품에 안긴 여우의 발자국까지 찍힌 잠옷을 바라보던 이수현이 티가 나지 않게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딱히 착각한 것 같진 않던데.” 워낙 주위가 어두워서 그런지 매력적인 중저음이 왠지 차갑게 느껴졌다. 이수현의 차가운 눈동자가 여우에게로 향했다. 강가을 역시 그 시선을 따라 여우를 바라보니 방금 전까지 그녀 품에 안긴 채 애교를 부리던 여우가 목을 빼 들며 이수현 쪽으로 향하려 하는 게 아닌가? 무엇에 홀리기라도 한 듯한 모습이라, 강가을이 꼭 안고 있지 않았으면 진작 이수현에게로 덮쳤을 것이다. ‘그래. 착각한 게 아니라 저 금빛에 이끌린 거야.’ “한이쁨!” 엄한 목소리로 꾸짖은 강가을은 여우를 더 세게 껴안았다. ‘하여간 좋은 건 귀신같이 알아선.’ 강가을의 으름장에 한이쁨이라는 이름의 여우는 조금 얌전해지긴 했으나 이수현을 바라보는 눈동자는 여전히 반짝이고 있었다. “큼큼...” 그런 여우가 안쓰러워진 강가을이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 “얘가 잘생긴 사람만 보면 사족을 못 쓰...” 그런데 그녀가 앞으로 다가간 순간, 현관에 서 있던 이수현이 뒤로 한 발 물러섰다. ‘뭐야? 지금 나 피한 거야?’ 그리고 꼬질꼬질한 한이쁨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아니라 얘를 피한 거겠지. 분명... 분명 그런 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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