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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김희영은 매우 화가 났지만 밖에서 유도경과 싸우고 싶지는 않았다. 외부인 앞에서 아들과 싸우는 건 유씨 가문 망신과 다름없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유도경이 유하연을 데리고 나갈 때도 김희영은 아무 말 하지 못했다. 김희영은 갑자기 나타난 유도경을 보면서 유하연을 향한 증오만 점점 키워갔다. 그걸 눈치챈 유하연은 유도경을 따라 나갈 용기가 없었다. 유도경의 검은 눈동자가 유하연을 훑어볼 때 유하연은 그제야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희영의 앞을 지나갈 때, 유하연은 김희영의 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적나라한 살기에 유하연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유하연에 대한 김희영의 인내심은 거기까지였다. 유하연은 유도경의 검은 벤틀리에 앉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유도경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저 손에 쥔 서류를 보면서 미간을 약간 좁힐 뿐이었다. 벤틀리는 어느새 유씨 저택에 도착했다. 유하연이 방에 들어가려는데 유도경이 따라갔다. 그리고 유하연 앞에 서서 유하연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 침묵을 이기지 못한 유하연이 먼저 입을 열어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앞으로 부모님 말은 듣지 않아도 돼.” 유도경이 그제야 입을 열었다. “아니, 그냥 듣지 마.” 유도경은 미간을 세게 좁히고 관자놀이를 꾹 누르면서 얘기했다. 유도경은 유하연의 선 자리에 나타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부하가 상황을 보고하자 유도경은 결국 참을 수 없었다. 결국 유도경은 유하연의 선 자리에 나타났고 김희영의 의심에 확신을 주었다. 이렇게 되었으니 앞으로 유동민과 김희영은 두 사람을 더욱 의심할 것이다. 그러면 유하연을 데리고 떠나는 게 어려워질지도 몰랐다. 하지만 부하가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김희영은 유하연과 안지원을 혼인시킨 후, 유하연이 안지원을 따라 N시로 가게 되면 그때 사람을 시켜 유하연을 죽이려고 한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유도경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유도경은 본인의 부모님이 이렇게 잔인하고 냉정한 사람일 줄은 몰랐다. 유도경의 말에 유하연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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