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2화

몇 마디 나눠보니 유하연은 안지원이 꽤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안지원에게 데이트 요청을 보내 달라고 하고 싶었다. 그러면 안지원을 만난다는 핑계로 유씨 저택에서 빠져나와 도망칠 수 있으니. 하지만 유하연은 그 생각을 다시 접었다. “지원 씨...” 유하연이 먼저 안지원을 불렀다. 안지원이 그 소리에 시선을 들어 유하연을 쳐다볼 때, 유하연은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카페 창밖을 바라보았다. 길 건너 나무 아래에 검은색 벤틀리가 멈춰 서 있었다. 그 차를 보는 순간, 유하연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벤틀리의 창문이 내려가더니 운전석에 앉은 남자의 얼굴이 반쯤 나타났다. 남자는 선글라스를 쓰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유하연은 그 모습을 보고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유도경이다. 유하연은 놀라서 하마터면 자리에서 일어날 뻔했다. 선글라스 너머로 서늘한 시선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차가운 기운이 유하연의 온몸을 순식간에 감싸버렸다. 유하연은 저도 모르게 바로 고개를 홱 틀어버렸다. 너무 갑작스러운 탓에 목을 다칠 뻔했다. 안지원을 마주했을 때, 유하연은 표정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안지원이 먼저 관심을 가지면서 물었다. “아니면... 같이 있는 게 무료한가요?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요?” “전...” 유하연은 하려고 했던 말을 목구멍으로 삼켜버렸다. 유도경이 직접 와서 유하연을 감시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그렇다면 안지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어려웠다. 안지원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유도경이 그런 안지원을 괴롭힐 테니까 말이다. 거기까지 생각한 유하연은 어쩔 수 없이 아까 했던 생각을 접었다. “네.” 말을 마친 유하연이 먼저 일어서서 나가려고 했다. 어차피 두 사람 다 결혼할 생각이 없으니 여기 앉아 있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니까. 하지만 유하연이 일어서기도 전에 김희영이 차가운 표정으로 두 사람 앞에 나타났다. 김희영은 손을 뻗어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유하연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