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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공포가 밀려오자 발끝에서부터 시작된 한기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올랐다. 유하연은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쳐다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녀는 반드시 도망쳐야만 했다. 유도경이 다시 자리로 돌아가자 유채린과 심윤재는 말다툼을 이어가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심윤재의 표정은 어두웠고 미간에는 짙은 짜증이 서려 있었다. 그러나 유채린은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윤재 씨, 오늘 우리 집에 온 게 나 때문이 아니라 그 천한 년때문이야?” “천한 년이라니, 말을 왜 그렇게 해?” 심윤재의 얼굴이 더욱 굳어졌다. 그는 유채린을 똑바로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유하연을 싫어하는 건 알지만 두 사람이 바뀌어 자란 게 하연이 잘못은 아니야. 게다가 네가 돌아온 이후 하연이가 너를 힘들게 한 적도 없잖아. 그런데 왜 그렇게까지 몰아붙이면서 막말하는 거야?” 그는 지난 3년간의 일들을 조사하면서 유하연이 처한 상황을 알게 되었다. 그녀가 겪은 일들은 마음 아프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는 유채린이 유하연을 괴롭히던 사실들도 대부분 알게 되었다. 그전까지만 해도 그는 유채린이 다소 버릇없고 자기주장이 강한 정도라고 생각하며 유씨 가문에 뒤늦게 돌아온 뒤의 심리적 괴리감 때문이라고 이해하려 했다. 그러나 그녀가 보여준 행동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지난 3년 동안 그는 유하연과 거의 교류가 없었는데도 유채린은 병적으로 그를 의심했고 그 의심으로 유하연을 끝없이 모욕하고 괴롭혔다. 생각할수록 심윤재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다. 그가 이렇게까지 유하연을 감싸며 자신을 비난하자 유채린은 마치 꼬리를 밟힌 듯 분노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내가 그럴 줄 알았어. 그 천한 년이 또 몰래 윤재 씨를 유혹했겠지. 그래서 그년을 감싸면서 나한테 소리 지르는 거야.” 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날카로워졌다. 옆에 있던 김희영이 깜짝 놀라 그녀를 붙잡았지만 유채린은 이미 이성을 잃고 있었다. 그녀는 소리를 지르며 눈앞의 찻잔을 뒤엎고는 심윤재를 향해 울부짖었다. “말해 봐.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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