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화
유하연은 원래 배호진이 오기 전에 다시는 이 방을 나갈 기회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김희영이 이튿날 방으로 찾아왔다.
“엄마.”
김희영을 발견한 유하연이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허리가 결려 멈칫하더니 몰래 자세를 고쳤다. 유도경은 어제 벌을 내린다며 밤새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고 갈라진 혀에서 새어 나온 피가 입가를 타고 흘러내려서야 방에서 나갔다.
유도경은 유하연을 대할 때 부드러운 적이 별로 없었기에 유하연은 몸이 별로 좋지 않았지만 김희영이 이상한 낌새라도 눈치챌까 봐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김희영은 유하연의 안색이 별로 좋지 않자 미간을 찌푸리며 자리에 앉히더니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너를 이렇게 가두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는데 나도 다른 방법이 없어.”
“나를 원망할지 모르겠지만 그 원망도 어쩌면 내가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지.”
“나는 엄마 원망하지 않아요.”
유하연이 시선을 축 늘어트리더니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 김희영의 친딸도 아닌데 29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랑을 받았고 그녀의 몫이 아닌 물건들도 많이 받았으니 원망하려 해도 원망할 수가 없었다.
“너도 참...”
김희영이 한숨을 푹 내쉬더니 지나칠 정도로 정교한 유하연의 얼굴을 보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외모만 보면 유채린은 유하연과 비길 게 못 된다는 생각에 김희영이 입을 열었다.
“너도 곧 결혼해야 할 나이잖니. 지나간 사람은 떠나보내고 앞을 내다봐야지 않겠어?”
“전에 내가 말했던 그 남자 말이야. 너희 아버지의 오랜 친구 아들. 예의도 바르고 얼굴도 잘생겼더라.”
이 말에 유하연의 손가락이 살짝 오그라들었다. 유하연도 이제 김희영이 찾아온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유씨 가문에서 태어났다면 정략결혼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만약 그 사람이 진짜도 아닌 가짜라면 말이다.
유씨 가문에 남아있기로 했다면 정략결혼으로 유씨 가문에게 영광을 안겨주는 것이 얼마 남지 않은 가치라고 생각했다. 이것이야말로 유동민이 김희영에게 유하연을 유씨 가문에 계속 남기라고 한 원인이었고 아니나 다를까 김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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