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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장

“혼인신고하고 3일이나 지났는데 정호 씨는 한 번도 가족들 상황에 대해 나한테 말해준 적 없잖아요. 두 분 과일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던데 난 그것도 모르고 과일을 권하고….” 김정호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말을 많이 하다가 거짓말이 들통날 까봐 말을 아낀 건데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우리 가족들 망고 별로 안 좋아해요.” 김정호가 말했다. “유정 씨 바쁜 것만 지나가면 허심탄회하게 대화 한번 하려고 했죠. 가족들에게도 그때 알리려고 했는데 할머니가 먼저 엄마랑 찾아올 줄은 나도 몰랐어요. 그래도 두 분은 유정 씨를 너무 마음에 들어해요.” 허유정은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 “당연하죠. 이렇게 괜찮은 여자 구하기 어디 쉬운 줄 알아요?” 김정호는 실소를 터뜨리며 그녀의 볼을 꼬집었다. “자신감은 보기 좋네요.” “나 운전 중이거든요? 운전자는 건드리는 거 아니랬어요.” “내가 뭐 다른 짓한 것도 아니잖아요.” 허유정도 덩달아 웃었다. “쳇, 말이나 못하면.” 사실 그녀에게는 한번의 연애경험이 있었다. 그런데 첫사랑 남자친구를 심가은이 가로채면서 꽤 오랜 시간 연애에 대해 생각도 하지 않았다. 맞선 자리에서 우연히 사람을 착각하여 스피드 결혼을 하면서 그녀의 감정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물론 갑자기 막 사랑이 샘솟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와 시간을 함께 보낼수록 김정호가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단지 부모님의 시도 때도 없는 재촉을 틀어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한 선택이었는데 지금 보니까 김정호랑 같이 있는 시간도 꽤 즐거웠다. 이대로만 간다면 어쩌면 점점 그를 사랑하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김정호는 낮은 웃음을 터뜨리며 그녀에게 말했다. “오늘 애들 잠들면 두고 봐요.” 의미심장한 말에 허유정은 곱지 않게 그를 흘겼다. “그럴 정력도 시간도 없거든요? 바쁜 거 지나가면 다시 생각해요.” 김정호는 조용히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사실 그도 기분이 좋았다. 혼인신고를 하고 아내가 생긴 후로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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