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장
밥을 먹고 나서 김정호가 설거지하겠다고 하자 그녀는 부지런한 그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저녁에 닭 다리 줘야겠네요."
김정호는 그녀를 지긋이 쳐다보며 말했다.
"닭 다리는 두 아이한테 줘요, 저한테 상 주고 싶으면 다른 걸로 줘요."
'예를 들면 뽀뽀한다든지.'
"그래요, 제가 내일 시에 가야 하니까 정장 몇 벌 사다 줄게요, 당신이 검은색 정장을 입으니까 유난히 멋있더라고요."
"제가 공사장에 출근하는데 정장을 입으면 일을 할 수가 없어요, 돈 낭비할 필요 없어요."
그는 요구가 많지 않았고 그저 자신한테 뽀뽀해 주면 되었다.
어젯밤에 같이 잤고, 그가 몰로 침대에 올라간 거였지만 그래도 같은 침대에서 잔 사이었다.
손을 잡고 뽀뽀도 하는 게 부부의 정상적인 행위였다.
"퇴근해서 입고 저한테 보여주세요, 당신이 정장을 입은 멋진 모습을 보는 게 좋아요."
그 말을 들은 김정호는 눈웃음을 하며 말했다.
"정장 입은 게 좋다고 하니까 입어줄게요."
'내 진짜 신분을 알고 나서 매일 정장을 입는 걸 싫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네.'
"제가 마저 개수를 세고 효진이한테 전화해서 정확한 바구니 개수를 확인할게요."
허유정은 이를 쑤시며 옆으로 걸어갔다.
김정호는 그릇을 들고 주방에 설거지하러 갔다.
김씨 가문 도련님, 대연 그룹 세대주가 이런 사소한 일을 하고 있다는 걸 김정호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고 오히려 아주 평범한 행복을 느꼈다.
허유정은 개수를 다 세고 나서 친구한테 전화했다.
임효진은 갓 상사와 밥을 다 먹었는데 친구한테서 전화가 와서 허허 웃으며 받았다.
"유정아, 계산 다 했어?"
"응, 너희 회사에서 필요한 과일 바구니 수를 알려줘, 내가 되는지 다시 계산해 볼게."
임효진은 원우 그룹에 직원이 2400명 있다고 했다.
"유정아, 밥 먹었어? 과수원 돌본다고 밥 거르지 마, 그러다 몸 상해."
"먹었어, 나 세끼 다 잘 먹어. 넌 먹었어?"
"조금 전에 빙산이랑 호텔에서 먹고 이제 회사에 돌아와 쉬려고 했어. 빙산이 매일 나랑 같이 밥 먹겠대, 뭐 내가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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