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5장
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손톱을 후비기 시작했다.
도소희는 풀이 죽은 내 모습을 보며 다급해졌다.
“이러지 마. 너네 오빠가 육하준이 널 잡아갔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노심초사했는 줄 알아! 칼이라도 있었으면 당장 육하준 그 쓰레기를 찌르고도 남았어.”
나는 기운이 좀 살아났다.
도소희가 물었다.
“이제 어쩔 생각이야?”
나는 고개를 들고 엄숙하게 말을 건넸다.
“몸조리하고 변호사 찾아서 이혼 소송할 거야!”
...
몸조리가 어려운 건 아니었다.
별로 대수롭지 않은 피부 외상이었지만 전에 이층에서 떨어져 생긴 뇌진탕 후유증이 있다 보니 온중기는 이대로 날 퇴원하게 할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병원에서 전체적인 검사와 관찰이 필요하다.
온중기는 머리에 붕대를 감은 나를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어색하게 웃음을 짜냈다.
“선생님, 수고가 많으세요.”
온중기는 의료용 장갑을 정리하며 담담하게 답했다.
“별말씀을요.”
최근의 부상으로 온중기한테 폐를 많이 끼쳤었는데 매번 그는 친절하게 상처를 돌봐줬었다.
나는 조심스레 설명했다.
“제가 일부러 상처를 입은 건 아니에요.”
온중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요. 재수 없게 쓰레기 남자를 만나는 바람에 이렇게 된 거잖아요. 다음에 기회가 되어 그분이 제 의료 침대에 눕게 되면 인도주의적 수술을 해줄까 해요.”
나는 어리둥절해졌다.
평소에는 남의 일에 참견하는 사람이 아니고 항상 본분을 다하고 나면 다른 일들에는 참견이나 관심 한 번 죽 적이 없는 분이었는데 왜....
내가 물었다.
“인도주의적 수술이라는 게 뭐예요?”
온중기는 약품과 주삿바늘을 정리하며 무표정한 얼굴로 답했다.
“그 수술이란 말이죠. 어떤 사람들은 체내에 흉악스런 인자를 너무 많이 지니고 있어서 인간의 차원을 넘어서는 행동을 하게 되거든요. 이런 사람들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수술이에요.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일체의 장기들을 떼어내는 거죠.”
쯧!
지독하네!
온중기는 약품을 정리하고 난 뒤 고개를 돌려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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