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7장

그날 밤 나는 어떠한 꿈도 꾸지 않고 그저 편안하게 잠을 청할 수 있었다. 목구빈이 내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몰라도 어차피 선택은 그한테 주어졌으니 내가 신경 쓸 바가 아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습관적으로 휴대폰을 열어보았다. 낯선 번호 몇 개로 전화가 걸려 왔었고 카카오톡 친구 신청도 몇 개나 들어와 있었다. 눈빛이 차가워진 나는 그 번호들을 전부 차단해 버렸다. 백분의 팔십 퍼센트는 육하준이 연락해 온 것일 테니 말이다. 그와 그 어떠한 관계로도 더는 엮이고 싶지 않다. 매번 고고한 태도만 보이고 있으니... 새 번호로 바꿀 때가 됐나 보다. 나는 여느 때와 같이 세수를 하고 밥 먹으러 방을 나섰다. 일찍 일어나 있었던 도소희는 아침을 먹으며 아주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내가 나오는 걸 보자 그녀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었다. “우리 고귀하신 유상미 아가씨, 오늘은 뭐 할 건가요? 언제든 아가씨의 명에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고 샌드위치를 집어 먹기 시작했다. “저기 안 쓰는 사치품들을 팔려고. 실속 없는 브랜드 보석들이야.” 도소희는 미간을 찌푸렸다. “저런 건 중고에 팔아도 얼마 못 벌어. 기껏해야 4, 5백만 원밖에 안 해. 어떤 것들은 몇십만 원밖에 쳐주지 않아. 그럴 바엔... 네가 착용하는 게 어때? 어차피 지금 저축도 좀 했는데 굳이 급하게 현금화할 필요 없잖아.”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저 물건들 보고만 있어도 온몸이 불편해.” 도소희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래. 알았어. 그럼 팔아버리자.” 나는 고개를 끄덕거리고 갑자기 화제를 돌려버렸다. “맞다! 소희야, 옷 한 벌 골라줄 수 있어?” 도소희는 눈을 비스듬히 뜨고 물었다. “너 그 연회에 참석하게?” 나는 우물쭈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도소희가 대뜸 물었다. “그럼 맞춤형 드레스 중에서 한 번도 입지 않았던 걸로 골라서 입고 가. 진교은 성격상 엄청 화려하게 입고 등장할걸.”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도소희는 계속하여 나한테 쇠뇌를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