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8장

양윤설은 꽃무늬 셔츠를 입은 한 남자를 끌고 거들먹거리며 들어오고 있었다. 그 남자는 배불뚝이로 얼굴에는 기름진 여드름이 잔뜩 피어 있는 걸로 보아 나이가 적지 않은 허세남이 틀림없다. 도소희는 버럭 화를 냈다. “양윤설, 여긴 왜 들어왔어?” 양윤설은 옆에 있는 남자의 어깨를 툭툭 치며 애교를 떨었다. “그거야 당연히 우리 남친하고 같이 쇼핑하러 온 거지. 왜? 너 이 물건들 팔러 온 거 아니야? 우리가 구경 좀 하겠다는데 뭐 문제 있어?” 도소희는 비아냥거렸다. “어머? 또 바꾼 거야? 그런데 남자친구라는 사람이 왜 여기로 널 데리고 온 거래? 저분도 너한테 중고가 어울린다고 생각하나 보지?” 그녀는 콧방귀를 뀌었다. “너희들도 오는데 나라고 오지 말라는 법 있어? 구경하는 것도 안 되나?” 그들이 또 불꽃이 튕기고 있자 나는 도소희를 끌어당겼다. 화가 채 풀리지 않은 도소희는 견적사한테 말을 건넸다. “저 여자 내쫓아요. 우리 기분 잡치게 하지 말고요.” 견적사는 난처해졌다. “저기... 양윤설 씨도 저희 가게 단골손님이시라... 일단 견적부터 끝내고 가격을 상의하는 게 어떨까요?” 양윤설이 견적사한테 말을 건넸다. “이 여자 물건 사려고 온 거거든요. 영업하는 가게가 손님 요구를 거절하면 어떡해요?” 양윤설 옆에 있던 그 꽃무늬 남자가 성질을 내고 있었다. “그러게! 누가 돈 없을까 봐 그래! 영업 안 할 거야? 안 하면 딴 데 가서 볼게.” 나는 짜증이 났다. 아마도 지난번 도소희한테 맞은 분이 안 풀린 양윤설은 일부러 나한테 시비를 걸러 온 걸 텐데 말이다. 나는 도소희를 제지시키며 견적사한테 일렀다. “그럼 일단 진위 감정부터 해주세요. 이따가 양윤설 씨가 고르게 하면 되잖아요.” 처음 이러한 광경을 맞닥뜨린 견적사는 어리둥절한 채로 자기 할 일을 이어가고 있었다. 총 10개의 브랜드 물건이었으나 K골드에 큐빅 소재들로 원재라서 가치는 보잘것없지만 브랜드의 명성으로 값어치가 상당했던 것이었다. 다섯 개의 브로치는 견적이 높았고 그중 한 개의 한정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