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장
그가 집에 도착했을 때는 거실이 어두컴컴했고 흐릿한 플로어 램프 하나만 켜져 있었다.
나는 마루 앞에 외롭게 서서 아래층의 차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밖에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뒤에서는 조용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아직도 안 자고 있었어?”
쓸쓸한 비 오는 밤보다 익숙한 그의 목소리가 더욱 차갑게 느껴졌다.
나는 마루 위의 그림자로 목구빈이 내 뒤에 서 있다는 걸 발견했다.
그림자 속의 두 사람은 마치 서로 꼭 껴안고 있는 연인과도 같았다.
나는 돌아서서 그를 멀뚤멀뚱 쳐다보았다.
“오빠, 내 부탁 하나만 들어주면 안 돼?”
너무나도 단도직입적인 발언에 그는 어리둥절해졌고 나는 초대장을 그한테 건네주었다.
그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이 초대장은 뭐야?”
나는 진교은이 찾아왔던 사실을 대충 설명해 주었다.
목구빈의 안색은 차갑기만 했다.
아마도 육하준이 내 행적을 조사한 점에 불쾌한 듯했다.
그는 무뚝뚝한 어조로 물었다.
“내가 네 남자 파트너로 가 줬으면 하는 거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목구빈은 초대장을 챙기고는 부드럽게 나를 바라보았다.
“생각 좀 해볼게. 시간도 늦었는데 얼른 자.”
내가 물었다.
“오빠, 거기에 가는 게 맞을까?”
목구빈은 내 물음에 답하지 않고 다른 질문을 던졌다.
“넌 거기에 가고 싶어?”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잘 모르겠어... 그냥 진교은이 한 말들이 맞는 것 같기도 한데 거기에 가는 게 내 발등을 찍는 격이 될까 봐 무서워. 사람들의 시선도 신경 쓰이고.”
목구빈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너무나도 예쁘게 웃는 그의 모습은 어두운 밤 구름진 사이로 조용히 빠져나온 달에 흡사했다.
맑은 후광이 비치는 그는 더없이 온화해 보였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넋을 잃고 있었다.
목구빈이 물었다.
“꽃은 예뻤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엄청 마음에 들어.”
목구빈은 빙그레 미소를 띠었다.
“마음에 들면 됐어.”
그는 손목시계를 힐끔하더니 내 손에 가벼운 신사 키스를 했다.
“상미야, 잘 자.”
그의 키스는 빗방울처럼 내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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