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장

그 틈을 노리고 운전석에 오른 그 남자는 총알같이 질주하고 있었다. 조수석에 끼어 타게 된 우리는 초조하기만 했다. 그 남자는 이리저리 돌아 외진 곳에 차를 세웠다. 문이 열리고 나자 나와 도소희는 온몸을 벌벌 떨며 길가에 서 있었다. 그 남자는 우리한테로 걸어오더니 입에 담배를 물고 나한테 눈웃음을 쳤다. “어머, 상미 씨, 오늘 일을 어떻게 보답할 거예요?” 상미? 나는 몸소리를 쳤다 그리고 눈앞의 그를 알아보았다. “목우당 씨?” “맞아요.” 목우당은 껄렁껄렁 차에 기대어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이내 예쁜 반달눈으로 나한테 말을 건넸다. “이제서야 절 알아보시고 섭섭해요.” 나는 난감해졌다. “아까는 사람이 하도 많아서 알아보지 못했어요... 저기... 고마워요.” 도소희가 물었다. “이 잘생긴 분은?” 목우당은 미소를 지었다. “자기소개하죠. 저는 유상미 씨를 흠모하는 목우당이라고 합니다.” 그는 담배를 물며 유럽식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나는 얼굴이 빨개졌다. “이... 이상한 말 좀 하지 마세요. 소희야, 이분은 목구빈 오빠의 동생이야.” 목우당이 입을 열었다. “이상한 말한 거 아닌데요. 상미 씨, 제가 보낸 꽃은 받았어요?”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네네.. 아니! 그쪽이 보낸 거였어요?” 목우당은 더욱 매혹적인 미소를 띠었다. “제가 아니면 누구라고 생각한 거예요? 저희 형은 엄청 똑똑해서 그 꽃을 보자마자 저라는 걸 알아챘을 건데요.” 나는 더욱 어이가 없었다. “네? 저한테 알려주지 않았어요.” 목우당은 미소를 머금었다. “그걸 왜 상미 씨한테 알려주겠어요? 혼자 속으로 한을 품고 있다가 기회를 잡아 저를 혼내주려고 하고 있을걸요.” 그는 목구빈의 처사가 못마땅하다는 듯 입을 삐죽 내밀었다. 분위기가 이상해져 갔다. 도소희는 나를 툭툭 건드렸다. “우리 얼른 집에 돌아가자.” 목우당은 곁눈질하고 있었다. “이대로 가게요?” 내가 물었다. “저기... 나중에 기회 봐서 이 은혜를 보답하도록 할게요. 저녁 늦게 돌아다니는 건 위험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