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장

나는 화들짝 놀라 뒷걸음질 쳤다. 도소희는 내 앞으로 나서더니 버럭 화를 내고 있었다. “뭐 하는 거예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그 남자는 술에 취한 듯했다. “아가씨, 그냥 친구 하자는 거잖아요.” 도소희는 썩소를 지었다. “그러고 싶은 생각 없으니까 비켜요.” 그 남자는 뒤에서 더러운 말들을 내뱉었다. “어머, 성깔도 있으셔라. 사이 좋게 친구나 하자는 건데 뭘 그렇게 화를 내요. 남자친구도 없이 둘이서 밥 먹으러 왔길래 불쌍해 보여서 저희가 친구 해드리려 이러는 거잖아요. 자! 앞으로 술 마시고 싶으면 이 오빠 불러. 내가 술 사줄게.” 우리는 길가로 걸어가고 있었는데 그 남자는 계속하여 매달리고 있었다. 도소희는 짜증이 났다. “사람 귀찮게 좀 하지 마시죠! 추가 안 한다고요! 술 취했으면 조용히 집에나 가세요.” 그 남자는 안색이 급변하더니 도소희의 앞을 가로막았다. 나는 옆에서 예의껏 미소를 지었다. “이봐요. 저희 이만 가봐야 돼서요. 나중에 기회 되면 그때 다시 술 마시는 걸로 하죠.” 그 태도가 그 남자로 하여금 기분이 풀리게 했다. 그는 껄껄 웃으며 말을 내뱉었다. “너희들이 술 안 사도 돼. 자. 우리 연락하고 지내.” 그는 말을 하며 내 손을 잡으려 했다. 털만 가득한 손이 내 팔을 붙잡고 있자 나는 비명을 질렀다. 도소희는 당장 그 손을 뿌리쳤다. “미쳤어요! 대낮에 지금 뭐 하는 짓이에요?” 체면이 깎인 그 남자는 기분이 언짢은 듯했다. “좋게 좋게 말하니까 말귀를 못 알아듣고 지랄이야! 술 사주겠다고 하잖아!” 그가 손을 흔들자 테이블에 앉아 있던 몇몇 남자들도 우리한테로 몰려들었다. 그제서야 우리는 위기감을 느꼈다. 도소희는 휴대폰을 들고 그들을 경고하고 있었다. “함부로 건드리지 마! 건드리면 신고할 거야!” 그 남자는 껄껄 웃고 있었다. “신고해! 어차피 경찰 쪽에도 우리 애들 있어.” 몇몇 남자들은 덩달아 맞장구를 치고 있었다. 우리가 그들의 압박으로 뒷걸음질 치고 있던 그때 뒤에서는 검은 페라리가 굉음을 내며 돌진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