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장

나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뒤에서는 키득키득거리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저 여자가 유상미야? 하하! 육하준 오빠가 키우는 강아지 아니었었나? 지난번에는 하준 오빠한테 용서받겠다고 우리한테 200만 원씩 챙겨줬었잖아.” “참나. 하루 종일 하준 오빠 뒤만 따라다니면서 술집이라는 술집에 매수한 스파이만 몇 명이야. 의욕이 어찌나 대단한지... 그런데 아쉽네. 하준 오빠는 완전 개무시하고 있잖아.” “이래서 사람은 천하면 안 돼. 아무리 달라붙어봤자 돌아오는 게 없잖아. 자기 가문의 명성마저 바닥으로 떨어지게 만들고 말이야.” “조용히 말해. 유인성 동생이야...” “뭐가 두려워? 우린 하준 형 친구들이야. 우리한테 잘해도 모자랄 판에.” “저 집안에 저런 딸 둔 것도 참 피곤하겠다.” 나는 화가 잔뜩 끓어오르고 있었고 도소희도 그들의 방자한 말들을 다 듣고 있었다. 그녀는 내 손을 끌어당겼다. “가자. 상관하지 마. 그냥 머리에 아무것도 안 든 멍청한 부잣집 자식들이야.” 나는 갑자기 돌아서서 선두에 서 있는 그 남자의 얼굴에 뺨을 후려쳤다. 입에 담배를 물고 있던 그 남자는 정신이 멍해졌고 담배도 바닥에 떨어져 버렸다. 그는 뒷걸음질 치더니 얼굴을 감싸고 있었다. “지금 날 때렸어?” 나는 아무 말 없이 방금 헛소리를 지껄이던 한 사람의 얼굴도 심하게 긁어버렸다. “아아! 사람 때려요!” 나는 어두운 안색을 하고 그들한테 손찌검을 했다. 어디서 솟아오른 힘인지는 모르겠으나 혼자서 다섯 명과 맞서고 있었다. 도소희는 얼른 달려와 싸움에 합류했다. “부모 교육도 못 받은 멍청한 자식들 아니야! 입에 걸레 물었어? 유씨네를 건드리고 너네가 살아남을 줄 알아! 죽어도 모자랄 놈들!” “상미가 오냐오냐해 주니까 아주 눈에 뵈는 게 없지! 퉤!” 그녀는 욕을 하면서 사람을 끌어당기는 중이었고 머리가 텅 비어버린 나는 얼굴이 일그러진 그들을 보며 머릿속에 오직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이 멍청한 놈들 입을 다물게 만들 거야! 입 다물어! 날 모욕하는 건 괜찮지만 우리 집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