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장
[돌아오지 않으면 더할 얘기도 없어!]
나는 끊임없이 울리는 진동 소리에 마지막으로 남은 인내심마저 한계에 달한 듯했다.
육하준을 차단해 버렸다.
카카오톡이 차단됐다는 걸 알아차린 육하준은 전화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그의 번호마저 차단했다.
드디어 세상이 조용해졌다.
나는 마침내 화풀이를 제대로 한 듯 온몸이 홀가분해졌다.
진작에 그랬어야 했다.
나 유상미는 원래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다.
육하준이 첫사랑을 데리고 내 앞에 대놓고 나타났기까지 했는데 어쩜 그 자리에서 제대로 반격하지 못했던 거지?
며칠 전에 그들의 앞에서 복수를 하지 못한 자신이 은근 후회된다는 기분마저 들기 시작했다.
방문이 열리고 후광이 비치는 목구빈이 걸어들어왔다.
나는 휴대폰을 숨기고 미소를 빙그레 지어 보였다.
“오빠, 나 많이 좋아졌어.”
목구빈은 내 안색을 유심히 살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보이긴 하네. 그래도 오후에 어르신한테 가서 검사 받아봐야 돼.”
나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검사를 받는 걸 원하지는 않지만 눈앞의 남자가 날 진심으로 걱정해 주고 있다는 건 잘 알고 있다.
“어제 오빠가 뭐라고 했어?”
목구빈은 물잔을 들고 있던 손이 멈칫했다.
“나더러 널 잘 보살펴 주라고 했어. 당분간은 귀국할 수가 없대.”
나는 조금 실망스럽기는 했지만 이해할 수는 있었다.
목구빈이 대뜸 물었다.
“또 기억나는 거 있어?”
내가 종잡을 수 없는 심오한 눈빛을 띠고 있는 그를 보며 나는 잠시 고민하다 답했다.
“열여덟 살 전의 일은 대충 다 기억해. 대학교 1학년 여름 방학 뒤로는 다 까먹었어.”
그는 잠시 침묵하다 고개를 들고 웃음을 머금었다.
“기억 안 나면 됐어. 별로 중요한 일도 아니야.”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어떻게 안 중요해 7년의 청춘이란 말이야.”
그 7년을 하느님이 일부러 가져간 듯 아무리 기억을 떠올려 보려 해도 무용지물이었다.
다시 깨어났을 때는 한 권의 저속한 악독 조연이라도 된 듯 냉혈한인 남편에다 남편이 사랑하지만 얻을 수 없는 첫사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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