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장
나하고 아무런 친분도 없는 그가 이토록 챙겨주는 것만으로 감지덕지니 말이다.
아마도 목구빈은 우리 오빠와 유씨네 가문을 생각해 나를 도와줬을 것이다.
그러니 그 비현실적인 생각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감사 결과는 그다지 나쁘지가 않았고 뇌에 있는 부종은 가라앉은 듯한 징후가 나타나고 있었다.
어젯밤의 구토는 뇌진탕의 후유증이었다.
보고서를 받고 나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아직 나이도 젊은데 벌써 저세상을 가고 싶은 마음은 추어도 없었다.
기억을 잃기 전에는 무슨 정신으로 계단을 굴러떨어졌는지는 몰라도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면 육하준 그 쓰레기를 데리고 함께 굴러야 했다.
“의사 선생님도 괜찮다고 하는데 넌 왜 아직도 고집을 부리고 있는 거야?”
귀찮고도 익숙한 목소리가 또 들려오고 있었다.
성큼성큼 걸어오는 육하준을 보며 나는 두피가 저려올 지경이었다.
본능적으로 온중기 뒤로 몸을 숨겼고 온중기는 불만스런 태도를 보였다.
“육하준 대표님, 의사분이 조금 나아진 거라고 했지 완전히 회복됐다고는 하지 않았어요. 더는 자극하지 말아 주세요.”
육하준은 내 앞에 서서 입가에 무서운 냉기를 띠고 있었다.
“유상미! 이번에 네가 어느 정도 이겼다는 건 인정해. 진교은이 여길 떠나겠대.”
진교은?
또 진교은?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 여자가 떠나던 말던 나하고 무슨 상관인데? 육하준! 왜 자꾸 남의 일을 나하고 연관 시키는 거야. 난 그딴 누명 뒤집어쓰고 싶은 생각 없어.”
육하준은 썩소를 지었다.
“네가 떠나게 만들었잖아. 이게 네 목적 아니야? 진교은이 떠나게끔 목적도 달성했는데 기분 좋아야 하는 거 아니야?”
나는 어이가 없었다.
“진교은이 당신 떠난 게 어디 한두 번이야? 널 사랑했으면 애초에 떠나지도 않았어.”
육하준은 정신이 멍해졌고 뜻밖에도 독설로 날 반박하지도 않았다.
나는 혐오스레 고개를 휙 돌려버렸다.
겉으로는 똑똑한 사업가로 보이기는 해도 실제로는 멍청하기 짝이 없는 육하준의 얼굴을 더는 보기 싫었던 것이다.
나는 진교은이 애초에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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