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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강이서는 자신이 해파리를 해친 것이라고 생각했다. 강이서가 실험실로 돌아오자 실험체들은 강이서를 보면서 매우 흥분했다. 문어 인간은 강이서가 걸어오는 방향을 바라보면서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썼다. 군소 인간은 이미 울고 있었다. 유리 수조에서 기어 나와서 떨리는 목소리로 강이서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강이서는 대답하지 않았고 곧바로 4번이 있는 해저 터널로 향했다. 해파리는 천천히 깊은 곳에서 올라왔다. 반투명한 몸은 부드럽고 영롱했고 촉수는 강이서가 서 있는 곳을 향해 뻗었다. “어쩌다가 그런 거야?” 강이서는 머릿속이 복잡해서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 해파리는 항상 온순하고 거리를 두었다. 강이서한테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고 단 한 번도 반항한 적이 없었다. ‘아직도 믿을 수가 없어.’ 강이서는 의문이 들었지만 유리 너머의 해양 생물의 마음을 꿰뚫어 볼 수 없었다. 변이체 해파리, 이것이 4번의 정보 카드에 적힌 이름이었다. 이 거대하고 아름다운 생물이 어떤 어두운 비밀을 품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해파리는 사육사 강이서를 깊이 사랑했지만 만질 수 없었다. 수백 개의 부드러운 촉수에는 수십억 개의 가시가 붙어있었다. 자극을 받으면 튀어나와서 상대의 피부를 찌를 수 있었다. 독액은 순식간에 인간의 심장을 멈추게 했고 생명을 앗아갈 수 있었다. 변이된 해파리는 인간과 비슷한 지능을 가지고 있었다. 강이서를 깊이 사랑했지만 닿으면 강이서가 견딜 수 없는 고통을 느낄 것임을 알고 있었다. 아무리 사랑해도 강이서를 해칠 수 있었다. 그래서 해파리는 항상 거대한 유리를 사이에 두고 조용히 바라보았다. 해파리에게는 감각 기관이 없었지만 강이서의 존재를 알 수 있었다. 눈이 없어서 보이지 않지만 모든 세포로 강이서가 다가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깊은 사랑은 결코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기관이 없었다. 동시에 강렬한 독성은 사랑하는 강이서를 영원히 만질 수 없게 만들었다. 결국 이 사랑은 죽을 때까지 안고 가야 할 비밀이 되었다. 해파리는 강이서를 자신의 목숨보다 더 사랑했다. 강이서를 절대 만지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깊이 사랑하는 사람과 갑자기 멀어지자 분노가 솟구쳐 올랐고 집착이 더 심해졌다. 강이서가 마침내 돌아왔지만 해파리는 곧 죽을 것이다. 강이서는 유리를 사이에 두고 그 아름다운 해파리를 바라보았다. 손가락을 유리에 갖다 대자 해파리는 가는 촉수를 강이서의 손가락이 있는 곳에 갖다 댔다. 이렇게라도 강이서를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강이서는 해파리의 마음을 전혀 알지 못했다. 해파리는 어떤 소리도 내지 않았고 문어 인간이나 군소 인간처럼 칭얼거리지도 않았다. 해파리는 그저 조용히 곁을 지켜주었고 물 안에서 고독하게 헤엄쳤다. 그리고 강이서가 오면 촉수를 흔들면서 은근슬쩍 감정을 드러냈다. 4번을 처형하면 실험 기지는 큰 손실을 보게 될 것이다. 연구원은 이를 악물고 거대한 수조에 독액을 투입했다. 강이서는 처음으로 수조 덮개를 열었다. 해파리는 수면 위로 올라오더니 촉수가 강이서한테 닿을까 봐 안쪽에 모으고는 머리를 조심스럽게 들이밀었다. 강이서는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해파리가 떨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무서워?” 해파리는 무서운 것이 아니라 강이서와 닿게 되어서 행복했던 것이었다. 사육사와의 첫 번째 교감이었기에 흥분해서 온몸을 덜덜 떨었다. ‘만지지 마. 절대 이서를 만지지 마.’ 이것은 해파리와 강이서의 첫 번째이자 마지막 교감이었다. “집행 준비 완료.” “집행 시작.” “처형 카운트다운 시작.” “강 사육사님, 인큐베이터에서 나와 주세요. 처형을 방해하지 마세요.” 강이서가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 집행 연구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이서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그 해파리는 그들이 상상한 것보다 훨씬 강한 독성을 가지고 있었다. 첫 번째 독액을 투입했지만 해파리는 여전히 자유롭게 헤엄쳤다. 아무런 반응도 없자 또 독액을 투입했다. 더 강한 독액을 투입했지만 몸 일부분이 살짝 녹아내린 것 외에는 반응이 없었다. 해파리가 강한 독성에 적응한 것이다. 이것은 중대한 발견이었다. 비록 공식적인 실험을 거치지 않았지만 해파리의 적응력은 이미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해파리는 모든 해양 생물을 사냥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의 독소를 흡수한 것이었다. 투입된 독액을 모두 흡수한 후 해파리의 몸에는 몇 가지 변화가 생겼다. 해파리의 머리 부분에 흰색과 파란색의 물결무늬가 나타났다. 실험 기지에서 해파리를 죽이는 것을 포기했고 강이서의 구역에서 여러 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하지만 강이서를 이곳에서 내보내려고 할 때, 해파리의 상태가 급격히 악화했다. 독액에 저항하지 않고 몸이 녹아내려도 가만히 있었다. 집행 연구원이 다시 강이서를 불러오자 해파리는 독소에 빠르게 적응하고 흡수했다. 연구원들은 해파리 같은 생물이 감정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 이것은 A 구역에서 제일 경이로운 실험으로 남을 것이다. 실험 기지에서 해파리의 죽음을 허위로 보고했고 송진 생물 회사에 가짜 보고서를 올렸다. 그리고 이 해파리에게 새로운 번호를 수여했다. 해파리는 S-103 번으로 불렸다. 빛나는 스크린에 인사이동 명단이 나타났다. 강이서의 이름은 명단에서 사라졌다. 사람들은 강이서의 실험체가 송나연을 찔러서 해임당했다고 생각했다. 어떤 연구원은 강이서와 친한 베라를 붙잡고 구체적인 상황을 아는지 물었다. 베라는 그저 눈을 깜빡이면서 모른다고 했다. 며칠 후, 강이서는 새로운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나타났다. 신분 인식은 카드에서 홍채 인식으로 바뀌었다. 강이서는 밀폐되고 겹겹이 둘러싸인 S 구역에 들어갔다. 베라가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을 때 강이서는 새로운 사무실을 정리하고 있었다. 베라가 강이서 곁으로 다가가면서 입을 열었다. “이서야, 축하해. A 구역 동료들은 똥을 먹은 것처럼 얼굴을 찌푸리고 있어. 어느 미친놈이 네가 상사에게 뇌물을 줬다고 소문을 냈어. S 구역이 뇌물을 주고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잖아.” 베라가 말을 이었다. “예전부터 사이가 안 좋았어? 왜 다들 네가 잘되는 걸 탐탁지 않아 하는지 모르겠어.” 강이서는 옛 동료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 새 작업실은 아주 단단한 벽으로 이루어졌고 그중 한쪽 벽은 완전히 투명한 유리였다. 강화 유리 뒤에는 푸른빛 물로 가득 찼다. 강이서의 해파리, 예전의 4번이자 지금의 S-103 번이 그 안에서 자유롭게 떠다녔다. 해파리는 길고 아름다운 촉수로 유리를 스치면서 관심을 받으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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