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강이서는 술에 취해 정신이 흐려져도 마트에 가서 사탕을 사는 걸 잊지 않았다.
강이서의 실험체들은 사탕을 좋아했고 강이서도 사탕을 먹이는 걸 좋아했다.
바닷속에서는 맛볼 수 없는 달콤함을 조금이라도 느끼게 해주면 이 냉혈 생물들은 기뻐할 것이다.
깊은 밤, 비극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이 세상에는 알려지지 않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있었다. 예를 들어 남의 물건을 빼앗을 때 쾌감을 느끼거나 나쁜 짓을 하는 것이 재밌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서 비밀리에 중요한 자원을 모으는 사람도 있었다.
강이서는 구역 선임이 보낸 메시지를 받았다.
세 실험체의 사육권을 회수해서 재배정한다는 내용이었다.
다음 날 아침, 강이서는 A 구역으로 달려갔다.
3층 높이의 거대한 스크린에 인사이동 명단이 나타났다.
강이서가 사육하는 17번, 11번, 4번 실험체는 모두 송나연이 있는 실험 구역으로 배정되었다.
A 구역 동료 사육사들이 모여서 수군거렸다.
오래전부터 강이서의 실험체들을 탐냈기에 송나연이 독차지한 것을 확인하고는 배가 아팠다. 그리고 대놓고 강이서를 비웃었다.
“송 주임이 확실히 강이서보다 낫지. 실험체가 말을 듣는다는 것도 전부 지어낸 얘기잖아.”
“송 주임의 가문이 어떤 가문인지 알면 까불지 말아야지. 부모님이 생물 전문가이고 생물 회사를 운영하고 있대.”
“강이서는 고아라고 들었어.”
“그전에 이미 결혼한 교수가 강이서한테 고백했잖아. 그 얼굴로 얼마나 유혹했기에 교수가 그랬겠어.”
“그건 그 교수가 잘못한 거 아니야?”
“단호하게 거절하지 않고 여지를 주었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교수가 고백했겠어?”
“조용히 해. 다른 사람이 들을 수도 있어.”
소문은 점점 이상하게 번져갔다.
강이서는 신경 쓰지 않았고 인사이동 명단을 보고는 돌아섰다.
강이서의 담당 실험체 리스트가 비어 있었다. 그 구역에서는 강이서에게 새로운 실험체를 배정해 줄 생각이었다.
강이서는 화가 나서 구역 선임을 찾아갔다. 하지만 구역 선임은 넓은 책상 앞에 앉아서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서 씨, 번거롭게 하지 말고 조용히 있어요. 반항해도 소용없을 거예요.”
강이서는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었다.
“제가 담당한 세 실험체 중 하나는 공격적이고 하나는 해양 생물 중 독성이 가장 강한 해파리예요. 군소 인간은 매우 연약하고 예민하고요. 실험체들을 무작정 옮기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모르는 것도 아니잖아요.”
구역 선임은 고개를 저었다.
“그만하고 나가보세요.”
구역 선임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서 씨, 내가 아무리 구역 선임이라고 해도 명령을 거역할 수 없어요. 도와주고 싶지만 할 수 있는 게 없는걸요.”
강이서는 구역 선임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했지만 여전히 화가 났다.
송나연은 실험체들의 사육권을 모조리 빼앗았다.
강이서는 A 구역 출입 권한을 박탈당했고 다시는 그 구역에 들어갈 수 없게 되었다.
심지어 작별 인사조차 할 수 없었고 다른 연구원이 물건을 정리해서 가지고 나왔다.
다시 배정된 곳은 B 구역이었다.
새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 이미 책상 하나가 마련되어 있었다.
예전의 실험 용기들이 모두 그 위에 놓여 있었다. 언제 새로운 실험체를 사육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영양제와 사료를 만드는 작업은 여전히 강이서의 몫이었다.
그리고 강이서가 일하는 사이에 실험체들은 단식하고 있었다.
군소 인간은 물 밑으로 가라앉고는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고 문어 인간은 그 실험 구역에 접근하는 사람을 향해 거세게 반항했다.
아름답고 거대한 해파리는 더 깊은 곳에 몸을 숨겨버렸다.
연구원들은 이번 계획이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실험체는 배정에 따라야만 했기에 이번 단식은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지 못한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 생각했다.
강압적인 방법으로 실험체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강이서는 새 사무실에 조용히 앉아 있다가 긴급 전화를 받고 A 구역으로 서둘러 갔다.
4번 해파리가 송나연을 찔렀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A 구역에 도착한 강이서는 동료들로부터 어떻게 된 일인지 듣게 되었다.
송나연은 강이서의 실험체들을 데려오고 나서 강이서가 그들을 버렸다고 거짓말했다. 그로 인해 실험체들은 흥분했고 극도로 사나워졌다.
송나연은 17번이 수조를 깨버리려고 하는 행동에 겁을 먹고 비틀거리며 도망쳤다. 이때 해저 터널에서 부드럽고 거대한 해파리가 다가왔다.
반투명한 해파리는 온순하게 행동하면서 송나연을 착각하게 했다. 송나연은 해파리가 자신을 좋아할 것이라고 여겼기에 강이서처럼 직접 먹이를 주려 했다.
해파리가 부드럽게 움직이자 송나연은 고무장갑을 끼고 덮개를 열었다.
모든 것이 평화로워 보였지만 해파리는 촉수로 치명적인 독액을 내뿜었다.
함께 있던 안전 요원은 독소에 감염된 송나연의 팔을 과감히 잘라냈다. 그러나 독액은 빠르게 퍼졌고 송나연은 아직도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구역 선임은 강이서한테 왜 강한 독소를 가진 해파리에 대해 보고하지 않고 숨겼냐고 추궁했다.
강이서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그 해파리는 항상 온화하고 강이서와 거리를 두었다. 강이서한테 다가가지도 않았고 닿으려고 하지 않았다.
온순해서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실험체였기에 강이서는 해파리가 사람을 공격할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얼마 후, 강이서는 더 충격적이고 슬픈 소식을 들었다. 그 구역에서 해파리를 처형하기로 했던 것이다.
그 해파리는 강이서가 이 실험 기지에 온 첫해부터 사육하던 실험체였다. 해파리의 독소는 아주 강해서 실험을 진행할 수 있었지만 강이서는 보고하지 않았다.
해파리는 강이서가 실험 기지에 들어와서 가장 힘들던 시절에 조용히 곁에 있어 준 가족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다.
강이서는 분열 실험이 얼마나 잔인한지 알고 있었다. 심지어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었기에 독성이 강하다는 사실을 계속 숨겨왔다.
그렇게 온화한 생물이 송나연을 죽이려 했다.
송나연의 가족은 분노했다. 구역 선임을 협박하면서 해파리를 넘기라고 요구했다. 이 구역에서는 해파리를 송진 생물 회사로 보내야만 했다.
송나연 부모님은 딸의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지능을 가진 신비로운 부유 생물을 탐내고 있었다.
해파리의 독성에 관한 정보를 누설하지 않으면서 송진 생물 회사의 입을 막기 위해 실험 기지에서 4번을 처형하기로 했다.
이 성과를 남에게 넘길 바에는 차라리 직접 처리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죽어가는 송나연이 이 사건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았다.
구역 선임은 강이서를 더 이상 만나지 않았고 다른 연구원을 통해서 처형 통지서를 전달했다.
강이서한테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