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화
짙은 녹색 눈동자에 후회하는 기색이 비쳤다.
그는 붉은 자국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물속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갔다. 젖은 머리카락을 늘어뜨려 눈을 가린 채 어찌할 바를 모르는 듯 촉수를 움켜쥐고 있었다.
강이서는 자신을 가리키며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원하지 않는다면 내 의사도 존중해 줘. 할 수 있지, 17번?”
문어 인간은 담요를 두른 그녀의 푹 젖은 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 말고는 다른 행동을 할 수 없었다.
“착하지.”
그녀가 마침내 미소를 지었다.
“이해해 줘서 고마워.”
문어 인간은 고개를 끄덕였다.
“착하지...”
그는 후회하고 있었다.
자신이 그녀를 속상하게 했던 걸까.
강이서는 몸을 거의 다 말린 후 깨끗한 담요를 두른 채 테이블 위에 누워 휴식을 취했다.
그녀는 17번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걸 알았다. 뻣뻣하게 꼬리를 흔들며 수조 안에 반쯤 엎드린 모습은 잔뜩 풀이 죽은 채 잘못을 인정한다는 뜻이었다.
사실 그의 힘으로 강이서를 억지로 끌어당기는 건 쉬웠지만 그러지 않았다. 조금 전 격정적으로 움직였어도 정말 그녀를 다치게 할 생각은 없었다.
그녀를 해치려는 게 아니라 자신의 세계로 끌어들이려는 거다.
심지어 그녀가 자신을 먹길 바라면서.
책상에 엎드려 잠을 청하던 강이서는 시계가 8시 반으로 넘어가자 페트리 접시와 군소 인간이 좋아하는 사탕 몇 봉지를 들고 그를 보러 갈 생각이었다.
한동안 못 만났는데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했다.
17번은 조용히 떠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그녀를 부르고 싶었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축 시선을 떨어뜨린 모습이 골판지 상자에 담겨 골목길에 버려진 불쌍한 강아지처럼 보였다.
‘왜 뒤돌아보며 작별 인사도 건네지 않는 거지?’
...
혼란스러운 S 구역에 비해 A 구역은 평소와 다를 게 없었다.
실험체의 대규모 폭동이 없는 이곳엔 모든 게 안전하고 평온했다.
예전 사무실 문 앞으로 다가온 강이서는 문득 집으로 돌아온 것 같은 친근감이 느껴졌다.
그녀는 손을 들고 문을 두드리며 11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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