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화
강이서는 아무 말 없이 몸으로 지탱한 채 힘차게 뛰어올라 비틀거리며 수조 밖으로 굴러떨어졌다.
17번은 그제야 자신이 잘못했다는 것을 깨닫고 사육사가 떠나는 모습에 덜컥 겁이 났다. 즉시 수조에서 기어나와 쫓아가려 했지만 강이서가 삿대질하며 차갑게 말했다.
“돌아가.”
문어 인간은 멈칫하며 그녀를 불렀다.
“이서.”
하지만 상대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촉수를 뻗어 그녀를 뒤따라가려 했지만 평소와는 다른 사육사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가까이 오지 마.”
강이서는 정말 화가 났다.
17번은 그녀의 옷 끝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이내 바닥에 모여 웅덩이로 고이는 게 보였다.
추웠는지 팔을 쓰다듬으며 재킷을 벗은 그녀는 안에 얇은 옷만 입은 채 찬장에서 아무 담요나 꺼내 몸을 감싸고 소파에 앉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도 그를 쳐다보지 않았다.
강이서는 손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두세 시간만 지나면 다시 회의를 이어가야 했기에 지금 당장 아파트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기에는 너무 늦어 아예 따뜻한 바람을 최대로 틀고 이곳에서 머리를 말릴 작정이었다.
발 옆으로 작은 촉수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강이서는 치마를 말리며 꼬리 끝이 조심스럽게 말린 채 줄곧 종아리 근처를 맴도는 촉수를 바라보았다.
지금 촉수의 주인이 얼마나 서글플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녀는 힘없이 젖은 머리카락을 한 줌 빗어 넘기며 마음을 추스르려고 노력했다.
반항적인 아이들과 잘 소통하는 자상한 부모가 되어야 한다.
“17번, 네가 잘못했다는 거 알았어?”
고개를 든 문어 인간의 눈동자가 서서히 밝아지기 시작했다.
그는 강이서를 멍하니 바라보며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지만 감히 그러지 못하는 듯 입술만 달싹였다.
“응.”
타락한 왕자처럼 우울한 기운이 감돌았지만 자신이 잘못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잘못했다는 걸 알고도 다음에 또 그럴 거다. 강이서는 순진한 척하는 그의 속임수를 진작에 간파했다.
생각 끝에 그녀는 가방에서 사탕을 꺼내 껍질을 벗겨서 그의 앞으로 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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