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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그 여자는 깜짝 놀라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강이서한테 준 금속 상자가 사라진 것을 발견하고는 물었다. “수조 안에 부은 거 맞아요?” 강이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 여자는 목소리를 높이며 다시 물었다. “정말로 부은 거 맞냐고요. 사실대로 말해요!” 강이서는 그 여자의 손을 뿌리치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부었어요. 그리고 수조 옆에서 다친 인어를 발견했어요. 치료가 필요한 상태여서 다시 나온 거고요.” 그 여자는 표정이 굳어지더니 뒤로 물러서면서 물었다. “인, 인어라고 했어요?” 그 여자는 귀신을 본 것처럼 겁에 질렸고 그 자리에 멍하니 서서 손을 덜덜 떨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인어와 마주쳤다면 살아서 나올 리가 없어요.” 이때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이서! 너 지금 여기에서 뭐 하는 거야?” 강이서가 뒤를 돌아보니 베라가 멀리서 달려오고 있었다. 베라는 강이서를 품에 껴안으면서 말했다. “너한테 무슨 일이 생긴 줄 알았어.” 잠시 후 베라는 강이서의 옆에 있는 사람을 보고는 공손하게 말했다. “진 선임도 여기에 있을 줄 몰랐어요.” 그 여자는 베라를 무시했고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돌리더니 낮은 목소리로 강이서를 위협했다. “오늘 일은 발설하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강이서는 손목이 아파서 눈살을 찌푸렸다. 무장 요원들이 S 구역을 둘러싸고 있었다. 무시무시한 괴물이 튀어나올까 봐 두꺼운 금속 방어망을 설치했다. 강이서가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베라는 대피 통로로 끌고 갔다. “저쪽으로 가지 마. 우리가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야.” 강이서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물었다. “방금 그 여자는 누구야?” “S 구역의 특급 선임이야. 위험한 사람이니까 가까이하지 않는 게 좋아.” 베라는 그 자리에 멈춰서더니 복잡한 표정을 짓고는 강이서를 바라보며 말했다. “오늘 많은 사람이 죽었어. 실험이 중단되었기에 17번은 네 실험실에 있을 거야. 지금은 상부의 지시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 강이서가 뭐라고 말하려 했지만 베라는 강이서의 어깨를 잡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서야, 우리는 끝까지 살아남아야 해. 그러니까 이런 일에 엮이지 않도록 조심해.” 강이서는 조용히 베라를 바라보았고 하려던 말을 도로 삼켰다. S 구역은 평범한 사육사가 엮이면 안 되는 곳이었다. 그날 밤, 아파트로 돌아온 강이서는 옷을 갈아입다가 무언가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얇은 얼음 조각 같은 비늘이었고 눈이 부실 정도로 반짝였다. 인어와의 짧은 만남은 마치 꿈 같았다. S 구역은 강이서가 닿을 수없는 신비로운 구역이었다. 이번 사고로 인해 바벨탑 실험 기지는 이틀 동안 봉쇄되었다. 강이서는 사흘 만에 실험실로 돌아왔다.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베라가 커피를 들고 찾아왔다. 오후 한 시에 17번의 두 번째 분열 실험이 있을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강이서는 커피를 건네받았다. “며칠 전 사고로 많은 사람이 처벌을 받았어. S 구역의 특급 생물이 폭동을 일으켜서 구역 전체가 하마터면 폭발할 뻔했다고 했어.” “그 정도로 위력이 컸대?” 강이서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물었다. “거기에 뭐가 있었어?” “모르겠어. 지금 허 교수가 사람을 찾고 있다고 하더라. 어제 누가 특급 구역에 들어갔는지 조사하는 중이래.” 강이서는 깜짝 놀랐다. “특급 구역에 들어간 사람을 왜 조사하는 거야?” “모르겠어. 고 주임이 들어갔다고 했다가 바로 해임당했어. 그런데 너는 왜 갑자기 이걸 묻는 거야?” 강이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오후 한 시, 17번은 테스트 구역으로 호송되었다. 17번은 조용히 강이서를 바라보고 있었다. 강이서는 17번의 머리카락을 만지면서 부드럽게 말했다. “무서워하지 마. 금방 끝날 거야.” 옆에 있던 호송 요원들은 그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바벨탑 실험 기지는 이 신비로운 생물한테 인간 진화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고 믿었고 그 연구에 미쳐 있었다. 분열 실험에는 군용 무기가 대량 투입되었다. 실험실 밖에 서 있어도 두꺼운 방호복을 입지 않으면 강한 방사선에 노출되기 쉬웠다. 베라는 강이서와 함께 실험실 밖에서 기다리며 유전자 프로그래밍에 대해 말했다. “첫 번째 유전자 프로그래밍 인간이 테스트에 투입되었어. 선천적 질병은 유전자 복구로 사라졌고 완벽한 인간이 되었다고 해.” 강이서가 물었다. “두 번째 호흡 시스템도 사용할 수 있게 된 거야?” “맞아. 어제 수중 실험을 통해 유전자 프로그래밍 인간이 물속에서도 숨을 쉴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어. 결국 성공한 거야.” 강이서는 그 말을 듣고 멍하니 서 있었다. ‘완벽한 인간이라고?’ 바벨탑 실험 기지는 두 개의 호흡 시스템을 가진 인간을 창조했고 생물 연구원들은 신 같은 존재로 불렸다. 인간은 모든 것을 지배하고 싶어 했고 점점 통제를 잃어가는 이 행성을 영원히 지배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이상한 현상이 있었어. 물속에 30분 동안 있다가 갑자기 깊은 곳으로 헤엄쳐서 들어갔어. 그 사람들을 건져 올렸을 때 물 안에서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어.” “물 안에서 소리를 들었다고?” “더 수상한 건 수신기가 어떤 음파도 포착하지 못했다는 거야. 그런데 누군가가 노래를 부르는 것을 들었다고 했어.” “노래?” “그래. 감미롭고 부드러운 소리라서 저도 모르게 그쪽으로 가게 되었대.”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면서 이 말이 미래에 인류 운명을 바꿀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네 시간 후 분열 실험이 전부 끝났다. 두꺼운 문이 열렸고 17번이 밀려 나왔다. 푸른 빛을 띤 아름다운 얼굴은 수척해졌고 축 처진 속눈썹은 눈을 가리고 있었다. “수고했어.” 강이서는 다가가서 17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많이 아팠어?” 옆에 있던 무장 요원들은 서로를 바라보면서 강이서가 직접 실험체를 만질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했다. 17번은 강이서의 시선을 피했다. 강이서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지만 너무 지쳐서 밝은 표정으로 화답할 수 없었다. 17번은 그대로 잠에 들었다. 연구원은 감탄했다. “정말 놀라워요. 그전의 실험체들은 실험 도중에 기절하곤 했는데 분열 실험을 견뎌내고 끝까지 살아남았다니... 더군다나 의식을 유지한 실험체는 아주 적었고요.” 강이서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 연구원을 바라보았다. “이번 실험이 그 정도로 위험하다는 걸 아무도 나에게 알려주지 않았어요. 어떻게 된 거죠?” 연구원은 잠시 멈칫하더니 피식 웃었다. “우유부단한 사육사는 실험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실험의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 말할 수 없어요. 이해해 줄 거죠?” 그 연구원은 강이서를 대놓고 비웃었다. 그러나 그 연구원은 갑자기 온몸이 굳어졌다. 17번이 갑자기 눈을 뜨더니 심연 같은 어두운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몇 초밖에 안 되었지만 차가운 바다에 빠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17번이 이미 밀려 나간 후였다. 옆에 있던 연구원이 어깨를 치면서 물었다. “무슨 생각을 하기에 대답이 없어요?” 그 연구원은 멍하니 서 있더니 천천히 말했다. “이런 냉혈 생물에게도 감정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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