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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내려오는 전설에 의하면 인어는 외계의 생물이고 뒤틀린 세계에서 차원을 넘어 이곳까지 온 존재라고 했다. 강이서는 어렸을 때 인어를 본 적이 있었지만 고열로 인해 그 인어의 모습을 잊어버렸다. 그저 인어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다는 것만 기억할 뿐이었다. 그날은 강이서의 인생에서 전환점이 되는 날이었다. 강이서가 탄 배는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서 뒤집혔다. 배가 가라앉기 전에 선원들이 누군가가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것을 들었다고 했다. 배에 타고 있던 모든 사람이 멍해진 채 배에서 뛰어내렸다. 강이서는 차가운 바닷물에 빠졌고 주변 사람들이 물속으로 끌려가는 것을 보았다. 끔찍한 피비린내가 코를 자극했고 강이서는 곧 사나운 생물에게 찢겨 먹힐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먼 어둠 속 바다에서 아름다운 생물이 빠르게 자신을 향해 헤엄쳐 오는 것을 보았다. 그 생물이 소리를 내자 주변의 추악한 육식 생물들은 흩어졌다. 강이서는 짠 바닷물을 삼켰고 익사 직전에 이르렀다. 이때 누군가가 강이서의 손목을 잡더니 부드러운 품 안에 가두었다. 강이서는 연한 금색 머리카락을 가진 생물을 쳐다보았고 점점 정신이 흐려졌다. 빛을 반사하는 꼬리지느러미는 깊은 바다에 떨어진 빛 같았다. 그 인어는 강이서를 구해주었고 무인도에서 보살펴 주었다. 그곳에서 일주일 동안 함께 있었고 인어는 강이서를 매우 좋아했다. 첫 번째 날에 강이서는 울기만 했고 인어가 먹을 것을 가져와도 강이서는 두려움 때문에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두 번째 날에 강이서는 병에 걸려서 고열에 시달렸다. 인어는 강이서를 품에 꼭 안고 입을 맞추었다. 그러고는 먹이를 씹어서 입에 넣어주었다. 그 뒤로 강이서는 3일 동안 의식을 잃은 채 누워 있었다. 여섯 번째 날에 강이서는 부드러운 입맞춤 속에서 깨어났다. 인어는 강이서의 귀에 입 맞추면서 이해할 수 없는 신비로운 언어를 속삭였다. 그러고는 날카로운 이빨로 강이서의 귀를 살짝 깨물었다. 강이서는 인어가 자신을 먹이로 여긴다고 생각했고 겁에 질려서 울음을 터뜨렸다. 연약한 인간 소녀의 피부에 하나둘 붉은 점이 생겼다. 인어는 강이서의 몸에 남은 흔적을 바라보더니 기뻐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넓은 꼬리로 강이서의 허리를 감쌌고 물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인어는 이렇게 하면 강이서가 좋아할 줄 알았지만 예상과 달리 더 슬프게 울었다. 강이서는 아주 두려웠다. 인어의 보석처럼 빛나는 눈동자에서 강이서를 향한 마음이 드러났고 행동으로 표현했다. 인어는 강이서를 어루만졌고 품에 안고 입 맞췄다. 인어는 너무 아름다워서 볼 때마다 가슴이 떨렸지만 사실 악마였다. 인어는 인간 사회의 규칙을 이해하지 못했고 인간이 사랑을 표현할 때 천천히 다가가야 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저 생물 본능에 따라 깨물고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심지어 강이서를 위해 육지로 기어 올라와서 곁에 있어 주었고 꼭 안아주었다. 알 수 없는 공포가 강이서를 밤낮으로 감쌌다. 강이서는 인어에게 끌려가서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입 맞추기도 했고 꼬리로 꽉 조이면 가만히 안겨 있었다. 강이서는 인어의 소중한 장난감이 되었다. 죽음에 대한 공포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고 불안해하면서 인어가 날카로운 이빨로 자신의 목을 찢어버릴까 두려워했다. 그러나 결국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 이빨 자국 외에는 몸에 상처를 내지 않았다. 일곱 번째 날, 잠든 강이서를 발견한 사람들이 구조 헬리콥터를 타고 와서 데려갔다. 인어는 강이서의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었고 지울 수 없는 기억을 남긴 생물이었다. 하지만 강이서는 고열로 인해 인어의 모습을 완전히 잊어버렸다. 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눈앞의 인어는 어느새 다가와서 강이서의 소매를 잡고 있었다. 그러고는 매혹적인 두 눈으로 강이서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길고 차갑고 축축한 손가락 사이에는 투명한 물갈퀴가 있었다. 강이서는 인어가 말할 줄 안다는 것을 깨닫고는 깜짝 놀랐다. “어서 나를 구해줘.” 갈라진 목소리였지만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듯했다. 강이서는 앞으로 다가가서 조심스럽게 인어를 일으켰다. 인어는 강이서의 어깨를 잡더니 더 가까이 붙으면서 탄식했다. 바닥에 펼쳐진 꼬리는 찢어져 있었다. 이미 끊어진 쇠사슬은 그전에 실험 기지 연구원들이 인어의 꼬리를 찢기 위해 준비한 것이었다. 강이서는 깜짝 놀랐다. “설마 연구원들이 쇠사슬로 네 꼬리에 상처를 낸 거야?” 인어는 강이서의 어깨에 기대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인어는 몹시 지쳐 있었지만 강이서를 꼭 끌어안았다. 젖은 머리카락이 강이서의 목에 닿자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강이서는 신경쓰지 않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또 다친 곳은 없어?” 인어는 미간을 찌푸리고는 천천히 팔을 들었다. 뼈가 보일 정도의 깊은 상처가 드러나자 강이서는 당황한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지...” 강이서는 당황해서 구석에 숨겨진 카메라에 지금 상황이 모두 기록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저 여자는 도대체 누구야?” 누군가 모니터를 가리키면서 물었다. 넓은 관찰실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특급 연구원들은 서로를 바라보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서운 생물이 처음으로 인간에게 이렇게 순종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인어가 자신의 몸에 상처를 냈다는 것이었다. 인어는 자신의 팔에 깊은 상처를 내고는 불쌍한 모습을 인간에게 보여주면서 동정을 구하는 듯했다. 두 눈으로 직접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갑자기 화면이 흑백으로 뒤바뀌면서 신호가 끊겼다. 인어는 감시당하는 것이 제일 싫었기에 감시 카메라를 박살 내버렸다. “오늘 S 구역에 들어가서 약을 투입한 사람이 누군지 조사해 봐.” 관찰실에서 유일하게 사복을 입은 남자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하지만 너를 안을 수가 없어.” 강이서는 몇 번 시도한 후 포기했다. 인어의 상체는 인간과 같았지만 꼬리를 펼치면 거의 3미터 정도 되었기에 혼자 끌고 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인어는 눈을 깜빡이더니 고개를 숙였다. 강이서는 마음이 약해져서 인어의 젖은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었다. “내가 도구를 찾아올 테니까 여기에서 기다려 줄래?” 인어는 온순했고 사람을 잘 따랐다. 그러나 강이서의 말을 듣고도 손을 놓아주지 않았고 오히려 더 세게 손목을 잡아당겼다. “그렇게 잡으면 아파.” 인어는 손을 놓더니 빨개진 손목을 바라보면서 안절부절못했다. 강이서는 피식 웃더니 실험체를 달래듯 인어의 두 눈을 바라보면서 부드럽게 달랬다. “금방 돌아올게. 잠깐 혼자 있을 수 있지?” 인어는 머뭇거리면서 강이서를 바라보았다. 강이서는 인어의 눈빛을 피하지 않고 지그시 쳐다보았다. 한참 후, 인어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빨리 오겠다고 약속해.” “그래. 약속할게.” 하지만 그 약속은 지킬 수 없게 되었다. 강이서는 도구를 찾아서 인어를 데리러 가기로 했지만 나와 보니 S 구역 전체가 경계선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강이서는 밖으로 나갔고 복도에서 그전에 금속 상자를 주면서 약을 투입하라고 했던 여자를 만났다. 그 여자는 강이서를 보자마자 귀신이라도 본 듯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아까 들어가라고 했는데 왜 여기에 있어요?” 강이서는 눈살을 찌푸렸다. “들어갔다가 나오는 길이에요.” “그럼 어떻게 살아서 나온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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