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3화
미친개처럼 달려드는 하지성을 마주한 이진기는 그 자리에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심지어 그는 하지성이 완전히 이성을 잃기를 기대하는 듯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았다.
“도련님!”
결정적인 순간에 하지성의 주변 사람들이 그를 꽉 붙잡았다.
“여긴 시청입니다. 위층이 바로 윗분들이 사무를 보는 곳이고요. 지금 여기서 소란을 피우면 가문에서는 분명 매우 수동적일 거예요. 제발 냉정하게 행동하셔야 합니다.”
하지성의 밑에 직원들은 그래도 좀 이성적인 편이다. 일단 하지성이 여기서 소란을 피운다면 누가 옳든 말든 그에게 책임이 갈 것이다.
하지성은 숨을 크게 들이쉬며 자신의 분노를 억눌렀다.
그는 이진기를 쳐다보며 험상궂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게 의기양양할 날 얼마 안 남았어. 조만간 내가 널 반드시 내 앞에 무릎 꿇게 만들 거야!”
말이 끝내고 하지성은 고개를 돌려 가버렸다.
하지성이 마지막 선을 참은 것에 대해 이진기는 매우 아쉬웠다.
만약 그가 방금 자신에게 손을 댔다면 하지성을 아예 이번 일에 참가 못하게 만들 자신 있었다.
그러나 상관없다, 어차피 임시방편일 뿐이고 대세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진기는 몸을 돌려 머리를 쭉 빼고 구경하던 사람들을 보고 한마디 했다.
“이제 할 일들 하세요, 구경할 것 없어졌으니까요.”
많은 사람들은 금세 흩어졌다.
옷을 정리하고 이진기가 떠나려 할 때 뒤에서 한 여자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재미있는 분이네요.”
목소리는 부드럽고 완곡하면서 운치가 풍겼고 단단한 힘이 배어 있었다.
이진기가 몸을 돌리자 엘리베이터 입구에 한 여자가 서 있는 게 보였다.
20살 조금 넘어 보이는 그 여자는 빨간 원피스를 입었는데 조금 추워진 날씨에 어울리는 미니 베스트를 걸치고 있었다.
몸에 특별한 액세서리도 없는데도 부드럽고 아름다웠다.
청아하고 소탈한 외모로 눈을 찡긋하고 웃으면서 짙은 여성미를 풍겼다.
이진기는 외모에서 김나희와 정면으로 맞서고 심지어 밀리지 않는 여자는 처음 봤다.
김나희의 아름다움은 순수함의 극치인 정교함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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