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6화

임이천이 기세등등해하며 가까이 오자 이진기는 뒤로 한걸음 물러서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혐오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옆에 있던 곽안나도 약간 끌어당겼다. 이 느낌은 마치 길가에서 악취가 진동하는 거지를 마주쳐서 냄새가 밸까 봐 꺼리는 느낌이었다. 이진기의 이 행동은 임이천의 신경을 자극했다.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날 뭐로 생각하는 거야? 내가 동네 거지 같아?” 임이천이 차갑게 소리쳤다. 이진기는 담담하게 말했다. “나랑 비슷한 생각을 했나 보네. 그렇지 않고서 네 입에서 거지라는 말이 왜 나왔겠어?” “피식.” 곽안나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임이천의 눈빛은 더욱 음침해지고 차가워졌다. 남자들 사이의 많은 충돌이 바로 이렇다, 여자가 한 명 끼어 있으면 두 남자 사이의 갈등은 즉시 배로 깊어진다. 게다가 임이천은 원래도 이진기를 죽도로 미워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지금 임이천은 자신의 존엄성이 이진기에게 짓밟혔다고 느꼈다. 그는 너무나 불쾌했다. 분명히 자신이 우세를 점하고 있었고 본인이 조롱하려고 찾아왔으니 당연히 화나 날 사람은 이진기이어야 했다. “어디서 허세야?” “속으로는 화나 죽겠는데 표정만 아닌척하는 거지?” 임이천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SN 엔터가 철저히 망한 다음에도 이럴 수 있는지 두고 보자!” 곽안나는 차갑게 임이천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직 누가 죽을지도 모르는데 뭐가 그렇게 급하다고 친히 여기까지 찾아와서 잘난 척이야?” 임이천은 곽안나를 한번 흘끗 보았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곽안나 앞에서는 이전의 포악함과 허세가 수그러들고 건방지게 굴 수가 없었다. 이런 기분은 곽안우를 마주했을 때도 없었다. 임이천의 곽안나에 대한 불편함은 분명 곽안우보다 위였다. “곽안나, 이번 일은 나랑 이진기 사이의 일이야, 너랑 상관없어.” 임이천이 무겁게 목소리를 깔면서 말했다. 곽안나가 차갑게 말했다. “이진기 씨는 우리 집안의 친구야. 이 사람을 건드리는 건 우리 집안을 건드리는 거랑 같아. 네가 상관없다고 말하면 상관없는 줄 알아?” 임이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