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10화
황태준의 목소리에는 쓸쓸함이 묻어났고, 더불어 간절한 부탁이 담겨 있었다.
삶의 끝자락에 다다른 노인, 과거의 위풍당당했던 모습도, 높은 신분과 지위도, 엄청난 재산도 이제는 중요하지 않았다. 황태준도 다른 수많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마지막 순간에는 자신의 마지막 소원을 이루고 싶어 했다.
이진기는 잠시 멈추었다가 대답했다.
“태준 어르신, 사실 저도 생각해 보면, H 상인연합회도 그렇고 다른 상회도 그렇고, 존재하는 이유가 다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H 상인연합회를 적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다른 상회보다 H 상인연합회와 더 많이 접촉해 왔고, 이 상회가 실리를 중시하는 본질을 더 잘 이해합니다. 그런 성격이 오히려 협력 파트너로서 더 적합하다고 봅니다. 이익이 있다면, 협력 관계는 끊어지지 않을 겁니다. 이는 변함없는 진리입니다. 약속드리겠습니다. 저는 H 상인연합회를 일부러 무너뜨리지 않을 것입니다. 몇백 년을 이어온 상회가 망할 일은 절대 없을 것입니다.”
이진기의 말에 황태준은 크게 웃었다.
[좋아, 아주 좋아.]
모두가 똑똑한 사람들이다. 게다가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불필요한 말장난이나 미사여구는 필요 없었다. 그렇기에 이 대화는 오히려 이진기와 황태준이 처음으로 진솔하게 나눈 대화가 되었다.
[네 뜻은 잘 알겠어. 그럼 됐어, 의사가 왔네. 이제 전화를 끊어야겠아.]
황태준의 말을 들으며, 이진기는 이 대화가 두 사람 사이의 마지막 대화일 것임을 직감했다. 그래서 이진기는 곧바로 말을 덧붙였다.
“태준 어르신, 혹시 저에게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까?”
황태준은 잠시 고민하더니 천천히 말했다.
[진기야, H 국 사람의 체면을 절대 잃지 마라.]
이 말이 끝으로 전화는 끊어졌다.
황태준은 이진기에게 더 많은 요구를 하지 않았다. 서로 알고 있듯이, 무리한 부탁이 아닌 이상 이진기는 황태준의 요구를 들어줄 가능성이 높았다. 예를 들어 황태준의 장례 문제나 정현진의 지위 같은 것들.
그러나 황태준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황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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