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28화

“안나 아가씨, 이번이 우리의 첫 만남이죠?” 김나희는 곽안나를 보며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김나희는 곽안나가 말이 좀 거칠어도 탓하지 않았다. 이진기가 자신 때문에 안달 난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만약 김나희가 곽안나였다면, 분명 기분이 상했을 것이다. 이제 사건이 일단락된 만큼, 여자와 여자 사이의 전쟁도 시작할 때가 됐다. 소설 속 여주인공들이 화목하게 지내다니? 그런 일은 절대 없다. 절대로. 이진기 옆의 여자들, 김나희나 곽안나나 다른 이들 모두가 자존심이 센 사람들이다. 그들의 신분이나 외모를 보면, 모두 천상의 여자들이다. 이들은 소설 속 꽃병처럼 순진해서 일부다처제를 기꺼이 받아들인다면 그거야말로 진짜 웃긴 소리이다. “처음 만나는 것 같지만, 이전에 이미 한번 대화를 나눈 적이 있어요.” 곽안나는 김나희의 이씨 가문의 부인 같은 태도가 너무 싫었다. 이 태도는 곽안나의 마음을 매우 불편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곽안나도 대화하는 동안 곽씨 가문의 아가씨다운 기세를 내뿜어 김나희에게 전혀 밀리지 않았지만 말이다. 여자들 사이의 전쟁은 입씨름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고수들은 심지어 머리를 한 번 넘기는 동작조차 상대에 대한 도발과 시위가 될 수 있다. 이때, 김나희가 담담히 미소 지으며 말했다. “제가 회사일이 워낙 바빠서 대부분 경우 진기를 챙겨줄 수 없거든요. 진기가 X시에서 안나 아가씨 덕분에 잘 지냈다고 들었어요. 고마워요. 하지만 앞으로는 진기가 X시에 올 기회가 많지 않을 거예요. 일이나 생활의 중심이 모두 지방에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안나 아가씨가 너무 실망하지 않기를 바라요.” 이 말에 곽안나는 속으로 이를 악물며 분노를 억눌렀다. 김나희는 본래부터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이 또한 곽안나가 가장 자신 없는 부분이었다. 또한 곽안나가 가장 불만인 부분이기도 했다. 지금 김나희는 지방과 X시의 지역 차이를 이야기하면서, 당신은 그냥 이진기가 X시에서 잠시 즐기던 상대일 뿐이니 너무 자부하지 말라는 뜻을 분명히 내비쳤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