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20화

윤천천은 길거리에서 험하게 싸우며 살아가는 난폭한 녀석이었지만, 겉보기에는 위엄 있어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일반 사람들 앞에서만 그럴듯하게 꾸미는 것이었다. 진짜로 명문가 수준의 부호를 만나면 윤천천은 그런 자신감이나 기개가 전혀 없었다. 특히, 이진기는 지방에서 온 부호로, 뒤에는 곽씨 가문은 물론 지방의 힘이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감히 납치 같은 일을 저지를 수 있겠는가? “남의 험담하지 마세요, 이 일은 저와 아무 관련 없어요!” 윤천천은 놀란 마음에 변명을 늘어놓았고, 이전에 분노에 차 있던 모습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었다. “당신이 한 일이 아니면 왜 저한테 시비를 거는 거죠?” 이진기의 눈빛이 서늘해졌다. “십사사가 합법적인 사업으로 전환해 너무 편하게 지냈던 모양입니다? 자본을 가지고 놀고, 사업을 하는 것, 이런 싸움판에서 살아 남는다고 해서 돈을 얼마나 벌 수 있겠어요? 그런데 이곳에서 나한테 큰소리 치는 건, 저에게 당신을 일주일 내에 파산하게 만들어 거리로 나앉아 진짜 거지가 될 힘이 없다고 생각하는 거죠? 아니면 부하들이 많아서 나를 어떻게 못 할 거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믿든 말든 지금 경찰청장한테 전화 한 통이면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여기로 달려오게 만들 수 있습니다. 내가 경찰청장을 만나러 가는 게 아니라 경찰청장이 저를 만나러 오는 거죠!” 이진기는 확 솟구치는 분노로 인해 온몸이 폭발할 듯한 상태로 일어섰다. 이진기는 마치 죽은 사람을 보 듯한 눈빛으로 굳은 표정에 겁에 질려 식은땀을 흘리는 육천천을 차갑게 바라보며 말했다. “천천 사장님, 시대가 변했습니다. 제가 워낙 돈이 많은지라 당신을 정말로 짓눌러 죽일 수 있습니다.” 이 말이 끝나자 주변은 새가 날아갈 듯한 고요함이 감돌았다. 세 조직의 수장이었던 사람들은 물론, 곽진규와 곽안나도 놀란 눈으로 이진기를 바라보았다. 지금 눈앞의 이렇게 폭력적이고 오만한 이진기는 이전의 이진기와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마치 천사와 악마가 한 몸에 공존하는 듯했다. 한편, 육천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