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70화

“이진기와 끝까지 한 배를 타겠다는 거야, 손해를 보면서까지 저렇게 한 명 한 명 가문의 근간까지 흔들면서 이진기를 띄우려고 하지. 저 늙은이들은 정말 미쳤다고!” 허종산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그러자 이은강은 허종산을 바라보며 입가에 미세한 미소를 띠며 살짝 고개를 돌렸다. 이은강도 허종산이 왜 이렇게 화가 났는지 알고 있었다. 방금 지나간 X시 상공회의소 선거에서 허종산은 자신이 오랫동안 지켜온 의원 자리를 잃었다. 상공회의소는 수십 년 전, X시가 Y국의 통치를 받을 때 설립되었다. 그 당시에 Y국의 체계와 모델을 본떠 만들어져, X시의 번영하는 상업을 관리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이다. 이 기관은 설립 이래 X시에서 가장 정상급의 가문이 의원으로 있었고, 공식적으로 정상급 가문으로 인정받는 방법이기도 했다. 의원이 되어야만 명실상부한 명문가로 불릴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의원 자리를 잃음으로써, 허씨 가문은 그 영예를 잃었다. 명목상의 영예일 뿐이지만, 뿌리 깊은 명문 가문일수록 이를 필요로 한다. X시는 지방과 달리 넓고 자원이 풍부한 것이 아니어서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여기서 겸손하게 굴면 잊혀지기 십상이다. 따라서 허씨 가문의 현재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고 X시에서도 소외되고 있었다. 그러니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이은강의 조롱을 느낀 듯 허종산은 고개를 돌리고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이씨 가문 어르신들을 오랫동안 보지 못했네. 듣기로는 요양 갔다더군?” 이은강은 놀란 듯 실눈을 뜨고 말했다. “우리 집안 어르신이 나이가 많으시니 요즘은 대부분 요양하고 계셔서 별 일 없으면 굳이 방해하지 않습니다.” 그들과 같은 최고급 가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나 권력이 아니라, 아직 살아 계신 가문의 어르신이었다. 가문의 어르신이 한 분이라도 계시면 가문은 흔들리지 않는다. 곽씨 가문이 왜 그렇게 번성하는지, 그리고 X시의 최고 명문가 사이에서도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이유는? 바로 곽천영이 아직 건재하기 때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