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0화

곽진규는 고개를 저으며 하하 웃으며 말했다. 그는 자연스럽게 즐기면서 이은강을 한방 먹였다. 역시 이은강의 안색은 더욱 안 좋아졌다. 큰손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고는 연신 웃었다. 동일한 경매, 동일한 부의 싸움. 이민준과 이진기의 수준 차이가 극명하구나. “청화 자기 그릇, 이민준 씨께서 호가하신 200억, 첫 번째 호가입니다.” “두 번째 호가입니다.” “세 번째 호가입니다. 낙찰 되섰습니다! 이민준...... 대표님 축하드립니다.” 사회자는 이민준의 사람을 잡아먹을 것만 같은 눈을 바라보지 못하고 서둘러 절차를 마친 후 바로 다음 경매품을 시작했다. 경매품이 점점 적어지는 것을 보고 이진기는 더 이상 손을 들지 않았다. 그런데 얼굴빛은 먹물처럼 검고 온몸에 사람을 잡아먹을 것만 같은 기운을 뿜고 있는 이민준 옆에 있던 유지호는 당황했다. 당황스럽다. 지금까지 그는 아직 손을 들지 않았다. 이민준의 전례로 보았을 때 자신이 가격을 부르면 이진기가 절대로 자신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란 걸 알고 있다. 그런 상황이 무서워서 만약 그가 경매를 포기한다면 사람들이 째째하다고 놀리는 것도 문제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본인이 이진기에게 눌려서 아무것도 못했다고 말하고 다니겠는가. 그는 그런 굴욕을 당할 수 없다. 그리고 이렇게 가면 자기 아버지 유대웅이 더 망신을 당할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경매가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홍콩의 저명한 화가의 작품인 산수화가 나타났을 때 유지호는 이를 악물고 가격을 불렀다. ‘2억2천만 원.” 가격을 부른 유지호는 무의식적으로 이진기를 한번 보았다. 그는 이미 계획을 세웠는데, 자신의 한계는 20억이다. 만약 이진기가 이보다 높게 부른다면 그는 거꾸로 이진기를 구덩이에 빠뜨리고 경매를 포기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하나는 잃어도 하나는 이긴 셈이 된다. 여기까지 생각하자 유지호는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경매장에서 사람을 함정에 빠뜨리는 방법은 아주 많다. 한국에서 온 시골 촌놈이 무슨 경매를 알겠어?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