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04화

사실 이진기가 말하지 않은 중요한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지금 RB 국이 사실상 최고 결정권자가 없는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너무나 치명적이다. 화폐 체계가 공격받는 것과 같은 일은 국가의 근본과 관련된 중대 사안이므로, 그 대응 결정은 반드시 최고 결정권자가 결정을 내려야 한다. 하지만 지금 최고 결정권자는 의식도 없는데 어떻게 결정을 내릴 수 있겠는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듯, 지금 RB 국의 국회는 분명히 아수라장일 것이다. 그리고 이때, 마음이 불안한 건 정현진 혼자만이 아니다. X시, 허웅 가문의 빌라에서. 허웅은 컴퓨터 앞에 앉아 몇 분 동안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는 눈을 크게 뜨고 화면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차가운 땀이 그의 이마를 타고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고 있었다. 허웅이 가문에서 가져온 300억 달러는 이진기의 두 번째 1억 달러 매수 주문을 막는 데 모두 투입되었다. 이와 함께 들어온 것은 소프트 윈의 1300억 달러였다. 총합계 1600억 달러. 그야말로 충격적인 숫자가 BT 코인 외환시장에 투입되자, BT 코인은 급격히 폭락했다. 모두가 미쳐 날뛰며 도망쳤고, 대담한 이들은 공매도에 뛰어들었다. 허웅은 온몸이 저릿하게 느껴졌다. 그는 상상도 못 했다. BT 코인 외환시장이 이토록 취약하다니. 폭락하는 BT 코인 K-라인 차트는 마치 허웅의 영혼을 빼앗아 갈 듯했다. 이윽고 허웅은 급히 전화를 잡아 들었다. 번호를 누르려는 순간, 전화기가 먼저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한 허웅은 받자마자 소리쳤다. [이건 음모예요, 음모라고!] 전화 너머, 치카와후오지의 목소리도 떨리고 있었다. “큰일 났어요!” 허웅이 투입한 것은 가문의 자금이었다. 최악의 경우 가문의 권력을 더 이상 누릴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치카와후오지는 다르다. 그가 쓴 것은 소프트 윈의 자금이었고, 자국의 화폐를 공매도한 것이다. 만약 이 일을 소프트 윈이 알게 된다면 치카와후오지 뿐만 아니라 자국의 국민들도 치카와후오지를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