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26화

“우리 같은 사람들, 신분이나 배경, 사용할 수 있는 자원도 비슷해요. 첫눈에 봐도 자연스러운 협력 파트너처럼 보이죠. 하지만 모든 게 비슷하기 때문에 서로의 눈치를 너무 많이 살피게 됩니다. 또한 다른 사람을 진심으로 신뢰할 수 없게 되죠. 정말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자신뿐이니까요. 조형석은 일찍이 이 점을 꿰뚫어 본 겁니다. 그래서 협력을 거절한 거예요. 우리는 멍청하게도 그 사실을 못 꿰뚫었죠.” 이경한은 표정이 어두워진 반종현을 보며 차분히 말했다. “지금 이 상황을 봐요, 조형석이 한 말 그대로잖아요?” 반종현은 움찔했다. 그는 휠체어에 앉아 따뜻한 미소를 짓고 있는 조형석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반종현은 마음속으로 뭐라고 중얼거린 뒤, 그런 생각들을 모두 떨쳐버렸다. “됐어요, 당신이 나와 협력할 건지 말 건지만 얘기해요.” “종현 도련님은 어떻게 하고 싶은 겁니까?” 이경한이 물었다. “이진기가 우리에게 시키는 대로 하면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설명하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다른 일을 못 하는 건 아니잖아요. 예를 들어, 일부 자금을 빼서 퀀텀펀드가 매입하고 있는 주식에 투자해 보는 거예요. 이렇게 하면 한편으로는 우리의 손실을 보충할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퀀텀펀드에 압박을 가할 수 있죠.” 이경한은 생각에 잠겼다. 그는 반종현이 조급해하는 모습을 보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요, 하지만 분수를 지켜야 합니다. 적어도 지금은 이진기와 대립할 때가 아니에요.” 이경한은 진지하게 반종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 일이 끝날 때까지 이진기와 대립하는 건 권하지 않습니다. 득 될 게 하나도 없으니까요, 알겠죠?” 반종현은 비웃으며 말했다. “저도 바보는 아닙니다. 제가 어떻게 감히 이진기와 대립하겠습니까? 지금 이진기는 정부의 중요 관심 대상이에요. 하지만 저도 제 할 일을 할 겁니다. 전체 상황에 영향을 주지 않는 한, 이진기가 저를 막을 수 있을까요?” 말을 마친 반종현은 펀드 팀을 불러 자세히 지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