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4장

그녀는 잠시 입술을 깨물더니 마음속의 희열감은 마치 비 온 뒤의 죽순처럼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네 이 녀석, 난 그냥 간 줄 알았더니 차에서 기다리고 있었네.” 한아연은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 그녀의 답답했던 마음은 풀리고 얼굴에 웃음꽃이 가득했다. 이천후가 떠난 후 그녀는 온 식당을 다 찾아보았지만 찾지 못했다. 전화를 해도 받지 않자 그가 아무 말 없이 돌아갔다고 여겼다. “그렇게 기뻐?” 이천후는 토끼처럼 폴짝폴짝 뛰면서 다가오는 한아연을 보며 물었다. “뭐랄까... 아, 맞다.” 한아연은 큰 눈을 깜빡거리며 낮은 소리로 읊조렸다. “많은 사람들 속에서 그를 찾아 헤맸는데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그 사람은 등불이 꺼진 곳에 있더라! 이런 느낌, 알아?” 말을 마치자 그녀는 초롱초롱한 큰 눈으로 이천후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운 운치가 공기 중에서 퍼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천후는 눈앞의 절세미인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모든 감정이 그 한 구절의 시 속에 담겨 있었다. 그가 어떻게 느낄 수 없겠는가? 하지만 그의 마음은 이미 시멘트처럼 굳어 있었다. 3년 전의 맹세한 사랑은 처참하게 끝나버렸고 3년 후의 사랑은 맹세한 사랑이라고 할 수 없지만 그래도 3년을 함께 한 여인인데 그를 차버린 것이다. 그의 마음은 이미 꽉 막혀 있었다. “가자, 집까지 태워다 줄게.” 가슴은 그녀를 끌어안고 싶은 충동이 일었지만 이천후는 참았다. ...... 이튿날 이른 아침, 이천후는 18그루 빙심초의 성장 상황을 살피러 약원으로 갔다. 성장 상태는 매우 좋았다. 진법의 자극으로 하룻밤 사이에 이미 성숙되었다. 이후엔 종자가 떨어지고 뿌리가 내리고 싹이 트면서 더욱 많은 빙심초가 생겨나게 된다. 약원에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오후 5,6시였고 석양은 서쪽으로 지고 있었다. 이천후는 주강 대교 옆에서 내렸다. 이곳에는 고물 시장이 있는데 그는 부적을 만드는 물건들을 사려고 한다. 이때, 일을 마친 임은설은 차를 몰고 이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