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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뭐 하시는 겁니까?” 검은 양복의 두 남자가 이천후를 저지했다. “그만!” 한아연이 그들을 무섭게 노려본 다음, 이천후에게 물었다. “자신 있으세요?” 이천후는 고개를 끄덕인 후, 두 번째 환자의 침도 모두 제거했다. 열한 번째 환자의 침을 제거하고 있는데, 흰 수염을 기른 노인이 급히 중환자실로 들어왔다. “무슨 짓이야? 멈춰!” 흰 가운을 펄럭이며 뛰어 들어온 노인이 소리쳤다. 그는 이천후에게 다가가 그를 밀치며 말했다. “사람 죽이려고 작정했어? 무슨 짓이야?” 이천후가 물었다. “당신이 신 선생이요?” 신화춘! 운해 최고의 한의사! 이천후도 사람들이 그를 신의라 부르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 내가 신화춘이야.” 노인은 퉁명스럽게 말하며 다시 한번 이천후를 밀었다. “이 환자들은 모두 독에 중독됐다고. 내가 춘풍화독침을 시전해 놨어. 두 시간이면 독이 모두 빠질 거였는데... 당신 이거 중환자한테서 산소마스크 뗀 거하고 똑같은 짓이야. 알아?” “내가 심혈을 기울여 놓은 침을... 사람들 다 죽이려고 작정했어?” 이천후가 이맛살을 살짝 찌푸렸다. “신 선생! 당신 치료방법이 틀렸어.” “뭐? 내가 틀려?” 신화춘이 뒷목을 잡으며 소리쳤다. “내가 평생을 바쳐 연구하며, 사람을 구했는데... 당신 감히...” “내가 지금 당신 평생을 평가하겠다는 게 아니고, 그냥 지금 상황을 말하는 거야. 이 사람들 중독이 아니라...” “헛소리 집어치워.” 분노한 신화춘이 소리쳤다. “이거 살인이야. 경찰 불러, 당장!” 검은 양복의 두 남자가 즉시 앞으로 나섰지만, 한아연의 보디가드에게 저지당했다. “신 선생님, 이 분은 제가 모셔온 의사 선생님입니다.” 한아연이 말했다. “아가씨!” 신화춘은 비로소 한아연을 발견하고, 흰 눈썹을 꿈틀거리며 말했다. “내 말 들어요. 이러다가 사람들 다 죽어!” “하지만...” 할아버지의 말이 생각난 한아연은 망설였다. 이천후의 행동이 좀 무모해 보이긴 해도... “저는 이 분을 믿겠습니다.” “뭐라고?” 신화춘이 펄쩍 뛰었다. “무슨 일입니까?” 한 중년 남자가 들어왔다. 사람을 부리는데 익숙한 듯 위엄이 서린 표정이었다. 그는 한아연의 둘째 삼촌 한민우로, 한씨 가문에서 꽤 영향력 있는 인물이다. 구세주라도 만난 표정으로 그에게 다가간 신화춘은 즉시 이천후의 만행을 고해바쳤다. “너 뭐야?” 한민우가 이천후에게 소리쳤다. “삼촌, 제가 모셔왔어요. 이 분이 고칠 거예요.” 한아연이 말했다. 한민우가 한아연을 냉랭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오자마자 침을 뽑아버렸다며? 그게 의사가 할 짓이냐? 새파랗게 젊은 놈이 의술을 알면 얼마나 안다고! 신 선생은 운해 최고의 신의야. 그런데, 너는 이 새파란 놈을 믿는다고?” “열 명이 넘는 사람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거야. 까딱 잘못하면, 너의 운해 총책임자 자리뿐 아니라, 한씨 가문에서의 네 입지도 어려워지는 수가 있어.” “잘 생각하고 나서는 게 좋을 거다!” 한아연은 살짝 몸을 떨었지만,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 “삼촌, 저는 이분을 믿어요.” 한민우의 말을 기다리지 않고, 이천후가 입을 열었다. “두 사람 침은 안 뽑고 그대로니까, 한번 봅시다. 누가 맞는지?” 말을 마친 이천후는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 진기를 모으며, 치료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비록 이미 용인을 풀었지만, 내공은 모두 사라지고 없는 상황이었다. 몸에 약간의 진기가 모이고 있었다. 즉시 침술을 실행한다면 충분하다. 바로 그때, 아직 침을 꽂고 있던 두 환자가 고통스럽게 몸을 떨기 시작했다. 가슴에 맴돌던 검은 기운이 몸의 다른 부분으로 퍼지고 있었다. 몸에 연결되어 있던 의료기기에서 길고 날카로운 경고음이 울렸다. “이게...” 신화춘과 한민우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누가 봐도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이천후가 침을 뽑아버린 열한 명의 상황은 안정적으로 보였다. “신 선생, 이게 무슨 일이야?” 한민우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이... 이럴 리가 없는데? 독을 빼는 데는 최고의 방법인데...” 신화춘이 난감해하며 손으로 마른 세수를 했다. “침 안 뽑고 뭐해?” 이천후가 갑자기 눈을 떴다. 한아연이 재빨리 환자들 가슴에 꽂힌 침을 뽑았다. 침을 뽑자 환자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평온해졌다. 스멀스멀 온몸으로 퍼져가던 검은 기운도 다시 가슴 쪽으로 모였다. 누가 봐도 이천후의 말이 맞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신화춘의 얼굴이 벌게졌다. “지금부터 치료를 시작할 테니, 나가 주시오.” 이천후가 천천히 일어서며 말했다. “흥!” 한민우는 신화춘을 한 번 노려보고 병실을 나갔다. 사람들이 다 나간 후, 한아연이 병실 문을 잠그고, 커튼까지 쳤다. “이 사람들 도대체 왜 이런 거예요?” 한아연이 물었다. “금방 보여줄 테니, 아무거나 통 하나만 찾아봐” 이천후가 은침을 꺼내들더니, 첫 번째 환자 침상으로 걸어갔다. 그는 진기를 구동하며 빠르고 단호하게 침을 놓았다. 그는 환자 가슴의 단중혈에서 시작해 머리의 신중혈까지 촘촘하게 침을 놓았다. 신기하게도 환자의 가슴에 모여있던 검은 기운이 이천후가 침을 놓는 방향을 따라 이동했는데, 마지막에는 코 아래의 인중혈에 모였다. “나와!” 이천후가 낮게 명령하며 은침을 손가락으로 튕기자 환자의 코에서 검은 벌레 하나가 빠져나왔다. 6cm쯤 되어 보이는 벌레는 털도 나고, 얼룩덜룩 이상한 무늬도 있었는데, 사악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런 징그러운 것이 사람 코에서 나오자 한아연은 토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천후는 한아연이 건네준 통의 뚜껑을 열어 벌레를 집어넣었다. 그는 같은 방식으로 열세 명의 환자의 몸에서 벌레를 한 마리 씩 꺼내 모두 통에 담았다. “그게 도대체 뭐죠?” 한아연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 “고충” 이천후가 이맛살을 찌푸린 채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고충 중에서도 제일 무서운 건데, 이놈 이거 심장을 씹어 먹는 놈이야. 사람 심장 근처에 기생하면서 심장을 갉아먹어 죽이지.” “아이고, 심장 떨려라!” 한아연은 의구심이 들었다. “어떻게 그게 환자들 몸속에 있는 거죠?” “고충이 스스로 들어갔을 리는 없어. 틀림없이 누군가 의도한 거야. 당신네 용진 그룹이 타겟이겠지.” 이천후가 거친 숨을 내쉬었다. 긴 시간 침을 놓는 바람에 기운이 다 빠져나갔다. 한아연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어둠 속에서 몰래 술수를 부리는 상대라니... 등골이 오싹해졌다. 어떤 대단한 인물의 비위를 건드린 것일까? 잠시 생각하던 한아연의 시선이 통 속의 벌레들을 향했다. “이게 뭐죠?” 이천후도 고개를 숙여 한아연의 시선을 따라갔다. 통 속의 열세 마리 고충이 꿈틀거리며 글자를 만들고 있었다. 죽을 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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