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7장
이천후는 생각에 잠겼다. 천희연의 제안대로 이 일을 없었던 일로 치부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녀의 신분이 특별했기에 한아연의 친한 친구라는 점에서 이 일은 잊는 것이 최선이었다. 게다가 이 모든 일은 의도치 않은 사고였다. 누구도 원하지 않았고 그저 운명의 장난일 뿐이었다.
“희연 씨 말대로 이번 일은 없었던 걸로 해요.”
이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곧바로 천희연은 고개를 돌렸다. 갑자기 피로감이 몰려오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비몽사몽 잠에 빠져들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천희연은 자신이 침대에 누워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의 몸 위에는 한 벌의 옷이 덮여 있었는데 천희연은 그것이 이천후의 외투라는 것을 곧바로 알아차렸다. 이천후가 그녀가 추울까 봐 자신의 외투를 덮어준 것이었다.
옷에서는 이천후의 향기가 풍겨왔고 천희연은 본능적으로 그 옷을 벗어버리고 싶었지만 자신의 옷이 찢겨 여기저기서 살이 드러나 있는 것을 보고는 손을 놓고 말았다.
천희연은 주변을 둘러보고 이천후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눈썹을 찌푸렸다.
‘천후 씨가 이미 떠난 걸까?’
순간 멍해지더니 마음속 깊은 곳에서 공포감이 피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원래는 이천후를 보고 싶지 않았는데 그가 갑자기 사라지자 예상치 못한 상실감이 그녀를 덮쳤다.
하지만 이내 천희연은 위에서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감지했다.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니 어두운 천장에 매달린 이천후의 모습이 보였다. 그 순간 천희연의 마음속에 있던 상실감은 사라졌다.
그녀는 붉은 입술을 깨물며 여전히 차가운 표정을 유지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자신의 감정에 대해 혼란스럽고 화가 났다.
‘분명 잊기로 한 일인데 왜 이토록 천후 씨가 있는지 없는지 신경 쓰게 되는 걸까?’
이때 이천후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위에서 들려왔다.
“일어났군요. 좀 괜찮아졌어요?”
천희연은 냉랭하게 물었다.
“뭘 하고 있는 거예요?”
이천후는 고개를 숙여 천희연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여기서 갇혀 죽을 수는 없잖아요. 나갈 방법을 찾아보고 있었는데 출구나 장치가 보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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